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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12.22. (월)

"종부세 공평은 자가당착…모든 자산에서 부채 뺀 '부유세' 부과 타당"

이창희 교수 "부채 미고려·자산 종류 차별 불공평"

"보유세의 부동산 가격 안정 효과는 '눈속임' 불과"

"다주택자 중과세, 과도한 보유에만 정당성 있어"

 

종부세의 근거를 수직적 공평에서 찾는다면 현행 종부세는 자가당착인 만큼, 공평한 재산과세를 위해서는 부동산만이 아닌 여타 재산을 포함하고 채무를 공제해 주는 ‘부유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창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법무법인 세종 기업전략과 조세센터장)는 19일 법무법인 세종 23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세법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부동산세제의 회고와 전망’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종부세를 지방세로 이양하거나, 재산세를 종부세와 통합해 국세로 관리하는 것 모두 헌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봤다.

 

논점은 행정의 효율성이다. 종부세를 지방세로 옮기자는 주장은 대개 누진세 폐지를 전제로 한다. 이 교수는 만약 누진세를 폐지한다면 재산세로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반면 전국 단위 누진세 체계로 유지한다면 지자체간 공동 관리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국세청이 관리하는 것이 행정 효율면에서 유리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특히 현행 재산세와 종부세는 조세부담의 형평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2005년 이후 도입된 현행 보유세제는 각 납세의무자가 소유한 전국 부동산을 합산해 누진과세하는 형식이지만, 모든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 기준으로 따져야 형평성에 맞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50억원 상당 부동산을 온전히 소유한 사람과 45억원 대출을 끼고 50억원짜리 부동산을 구입한 사람에게 동일한 세금을 물리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논리다. 또한 부동산 50억원과 주식 50억원은 재산가치가 동일함에도 부동산에만 과다한 세금을 매기는 것 역시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부동산 보유세의 형평성을 이념으로 삼는다면 재산과 빚을 다 따져서 순재산에 세금을 물리는 ‘부유세’여야 한다”고 짚었다.

 

과거 정치권에서 제기한 ‘국토보유세’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국토보유세는 토지 공급이 고정돼 있다는 경제원론에서 근거하지만, 현실에서 그대로 통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건설회사가 소유한 택지에 세금을 물리면 아파트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아파트를 짓기 위한 토지의 공급은 고정돼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방재정의 균형발전’ 목표 역시 실상 종부세와 무관하다고 단언했다.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간 세수 배분의 문제일 뿐 어느 세금에서 충당하든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아울러 보유세의 부동산 가격 안정 효과는 ‘눈속임’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보유세든 거래세든 과도한 세금은 오히려 무주택자의 진입 장벽을 높일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다주택자 중과세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그는 100억원 상당의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1주택자와 합산가액이 100억원인 4주택자를 예로 들며 다주택자라도 합산면적·가액이 고가 1주택자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사회적 영향력 차이가 없는 만큼 중과세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돈 많은 사람이 크고 좋은 집에서 사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면, 집 여러채인 사람도 그 정도 범위 안에서는 중과세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이를 넘어선 과도한 보유에 대해서만 중과세의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종부세의 근거를 공평 특히 수직적 공평에서 찾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꼬집으며 “공평을 위해서는 순재산세 내지 보유세가 맞다. 부유세에서는 부동산 말고 다른 재산도 과세대상으로 삼고 채무는 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 지방세법과 종합부동산세법은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댈 경우 논리적 허점이 많아 법령 자체를 근본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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