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둔화·내수 부진 우려에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증가세가 더딘 데다, 여름 휴가철 특수가 끝나면서 내달에도 경기가 부진될 것으로 바라보는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2024년 9월 BSI 전망치는 92.9를 기록하며 기준선 100을 하회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전월 97.1 대비 4.2포인트 하락한 수치이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한경협은 “BSI 전망치는 올해 5월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며 기준선 100에 근접하고 있었으나, 최근 세계경기 둔화 전망, 중동사태에 따른 경기심리 불안에 내수부진 우려가 겹치면서 지수값이 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8월 BSI 실적치는 91.9로, 전월 93.6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9월 경기 전망은 제조업(93.9)과 비제조업(91.9)이 동반 부진했다.
제조업(93.9)은 미국 실물경기 둔화, 중국 경제부진, 내수여력 약화 등 대내외 리스크 확대의 영향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비제조업(91.9)은 지난 7월 105.5로 기준선 100을 넘었으나, 건설업의 불황 지속과 여름 성수기 종료 등의 영향으로 큰 폭 하락했다.
8월 제조업 세부 업종(총 10개) 중에는 △의약품(125.0)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114.3) △식음료 및 담배(105.3)가 호조 전망을 보였다.
기준선(100)에 걸친 목재‧가구 및 종이를 제외한 6개 업종은 업황 악화가 전망된다. △섬유·의복 및 가죽·신발(64.3) △전자 및 통신장비(80.0) △석유정제 및 화학(90.9) △자동차 및 기타운송장비(91.7) △금속 및 금속가공 제품(93.3) △비금속 소재 및 제품(94.1)이다.
비제조업 세부 업종(총 7개) 중에서는 도·소매(101.9)가 호조 전망을 보였으며, 전문과학·기술 및 사업지원서비스는 기준선(100)에 걸쳤다. 이를 제외한 △정보통신(82.4) △건설(85.7) △전기·가스·수도(90.0) △운수 및 창고(92.0), △여가·숙박 및 외식업(78.6) 등 5개 업종은 업황 부진이 예상됐다. 특히 여가·숙박 및 외식(78.6)은 여름 휴가철이 마무리 됨에 따라 7개 업종 중 가장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9월 조사부문별 BSI는 내수, 수출, 고용, 자금사정, 채산성, 투자, 재고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특히 내수(96.3), 수출(94.5), 투자(91.4)는 올해 7월 전망 이후 3개월 연속 동시에 부진했다.
내수(96.3)는 고금리 부담에 따른 가계소비 여력 약화로 2022년 7월(95.8)부터 27개월 연속 기준선(100.0)을 밑돌았으며, 수출(94.5)은 지수값이 전월(99.2) 대비 4.7p 떨어지면서 2022년 8월(△5.1p) 이후 2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이외에도 고용(94.0), 자금사정(93.7), 채산성(92.9), 재고(102.6)를 기록했다. 재고는 기준선 100을 넘으면 부정적 전망(재고 과잉)을 의미한다.
한경협은 최근 수출은 대부분 반도체 호황에 기인한 것으로 반도체를 제외하면 수출 증가세는 미약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대외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기업심리 전망이 위축된 것으로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