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 17주기 맞아...제자·후학 등 40여명 참석
조세사상 연구와 추모글 2권으로 엮어




설린조세서원은 17일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지하 1층에서 ‘조세학자 설린 최명근의 생애와 사상’ 추모문집 봉정식을 개최했다.
고 최명근 교수(1931~2007) 타계 17주기를 맞아 열린 봉정식에는 고 최명근 교수의 지도를 받은 학계와 세무학계 제자, 후학, 유족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고(故) 설린 최명근 교수는 서울시립대 교수, 경희대교수, 강남대 교수, 한국세무학회장 등을 역임한 한국 조세학의 선구자다. 조세법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깊은 연구 뿐만 아니라 세제와 조세현장에 대한 비판적 대안의 모색으로 우리나라 조세제도와 세무행정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다. 납세자 중심 세법관을 정립하고, 실질적 조세법률주의 지향, 시장경제원리의 존중을 주창했다.
이번 추모집 2권에는 고 최명근 교수의 학문적 업적을 반추하고 기억하기 위한 연구와 추모글이 실렸다. 1권에서는 설린의 조세사상과 그가 본 조세의 미래에 대한 연구가 수록돼 있다. 제2권 설린의 생애편에는 그가 마지막으로 연구하고 싶어하고 했고, 그의 연구의 집약체가 될 수 있었던 조세와 납세자의 저항권에 대한 밑그림과 설린조세서원의 개원취지를 조명하고 그의 인간적 면모를 탐구했다.
봉정식에서는 김정식 세무사(세무학박사.서울시립대 제자)의 경과 보고, 장홍래 박사(포컴에셋투자자문 대표, 서울시립대 제자)의 약력 소개, 영상상영에 이어 제자인 나성길 한국조세연구포럼 초대 회장의 헌화에 이어, 권태윤 전 송담대 교수가 추모문집을 봉정했다.
이후 김완석 강남대 석좌교수, 최원 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 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이 추모사에서 고 최명근 교수의 사상을 기렸다.
김완석 강남대 석좌교수는 “불모지와 같은 우리나라 세법에서 세법학의 길을 개척하고 주춧돌을 놓은 세법학의 대가로 이 시대의 진정한 학자로서 모든 학자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며 “모범적인 삶과 학문의 모습, 세법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받아 학문의 길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원 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아주대 교수)는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석사 논문을 지도함에 있어서 논문의 체계와 방향뿐만 아니라 단어와 문구의 오류까지 일일이 수정해 주셔서 저를 놀라게 했다“며 ”선생님의 학문적 깊이와 세법에 대한 열정과 헌신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고, 학자로서의 삶을 이끄는 데 결정적 계기를 주셨다“고 회고했다.
그는 ”봉정식이 학문적 업적을 정리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조세학계에 근거 없이 대두되는 포퓰리즘을 경계하고 설린 선생님의 조세철학에 대한 개선과 발전을 통해 조세학계의 대중인기 영합주의나 헌법적 한계를 넘어서는 과도한 형평주의가 자리잡지 못하도록 하는 파수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은 “교수님이 한국조세연구포럼에서 칠순연을 하실 때 제가 교수님한테 메일을 보냈다. 그때 메일 답변을 주셨는데 저는 교수님께서 굉장히 중요하게 말씀하셨던 부분이 조세 절차와 납세자 권익이라고 받아들였다. 이후로 이제 조세절차와 납세자 권리와 관련된 여러 가지 논문과 책을 냈는데 그때 교수님께서 주셨던 메일의 글을 책 서문에 항상 싣고 가르침을 품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심이 잘 잡힌 실무가가 된다는 게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정파적 이해에 의해서 움직일 수도 있는데 교수님은 학문적으로 인생에서 중심이 잘 잡히고 진리를 탐구하셨다”며 참스승에 대한 존경을 드러냈다.
유족대표로 인사한 최종국 박사는 “아버지는 법은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되새겨보면 법은 학자나 실무에 국한된 영역이 아니라 일상에서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또 이를 통해 공공의 동의를 추구하는 점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토론하며 발전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가 생애 끝자리에 늘 조세혁명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어 하셨다. 그 마지막 열정은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멈췄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인 바람으로 아니면 우리나라 세무학의 미래를 바라봤을 때 언젠가는 조세 혁명에 대한 연구가 세상에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마무리했다.
추모문집 봉정식 이후에는 '세계 조세석학의 생애와 사상'을 주제로 조세연구포럼 하계학술대회가 개최됐다.
학술대회에서는 독일과 일본 및 한국의 조세법·조세철학의 구축과 발전에 기여한 독일 법학자 고(故) 클라우스 팁케 교수와 일본 법학자 기타노 히로히사 교수, 한국 조세법의 선구자인 고 최명근 전 경희대 교수의 세법관과 조세철학을 재조명하고 학문적 좌표와 방향을 모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