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료⋅덤핑⋅구인난 등 '먹고 사는 문제'
사무소 운영 관련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난제'
"기장료 20년전이나 지금이나"
"쓸 만한 직원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덤핑만이라도 바로 잡으면 성공할 것"
"국세청장⋅세제실장과 소통 잘 안돼"
"다른 자격사들이 컨설팅 빌미로 세무업무 침범"
"장기적으로 데이터기업 세워 컨설팅업무 고도화해야"

한국세무사회 제33대 회장에 구재이 세무사가 당선돼 지난 3일부터 회무를 시작했다.
2위와 단 ‘33표차’로 승리했지만, 이번 임원선거와 관련한 한국세무사회의 스텐스 등 제반 선거여건이 구재이 회장에게 불리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압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무사들은 왜 구재이 회장을 선택했을까?
“과거의 집행부와 현재의 집행부를 쌍방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의 의의가 있다.” 경기 이천 지역에서 몇년전 세무사사무소를 개업한 구모 세무사는 구재이 회장 취임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세무사들은 수십년 동안 세무사법 개정과 세무사제도 개선 등 세무사회 차원의 많은 회무성과가 이어져 왔지만, 세무사사무소의 수익구조 개선에는 별반 영향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참에 새롭게 변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본⋅지방회 회무에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덜한 일반회원들은 기장료 현실화, 직원 수급문제, 덤핑 등 사무소 운영과 관련한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신임 구재이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조모 세무사는 “기장 업무는 맛이 간지 오래다”며 아주 격한 표현을 썼다. 그는 “20년 전이나 30년 전이나 기장료가 같다. 정당하게 일한 만큼 보수를 받아야 한다”면서 “구재이 회장이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으면 한다”며 기대했다.
유모 세무사는 ‘기장료 현실화’ 문제에 더해 직원 확충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솔직히 말해 평균 기장료가 20년 전과 같은 10만원이다. 그런데 그 사이에 인건비가 얼마나 올랐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신규 개업 세무사들은 경력을 어느 정도 갖춘 직원을 찾고 있는데, 소위 쓸 만한 직원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며 “그간 본회나 지방회 차원에서 여러 교육방안들을 추진했는데 해결되지 않고 있다. 뭔가 시스템적으로 해결방안을 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재이 회장이 자신의 세무법인 운영 노하우를 토대로 기장료 및 구인난 개선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는 세무사도 있었다.
김모 세무사는 “구재이 회장이 그동안 자신의 세무법인을 운영하면서 사무소 운영, 직원관리, 세무실무 등과 관련해 여러 가지 획기적인 실험을 직접 했다고 들었다”면서 “사업현장에서 겪은 그러한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전파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모 세무사 역시 “구재이 회장이 보수체계를 정확히 잡겠다고 했다”고 언급하면서 “그리고 현재 세무사 시장은 덤핑 폐해가 심각한데, 새 집행부가 덤핑 문제만이라도 바로 잡을 수 있다면 성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구재이 회장은 이번 임원선거 과정에서 ‘직무-보수체계 혁신적 재설계’를 제시한 바 있다. 기본직무와 추가직무, 컨설팅직무 등 3대 카테고리별로 직무체계를 재설계하고, 성실신고의 전제인 기장대행⋅세무조정⋅성실신고확인 등 ‘법정직무엔 법정보수기준’이 있어야 입법⋅정책 취지를 달성할 수 있으므로 법정보수기준을 가진 다른 전문자격사처럼 ‘국세청고시 보수기준’을 제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기장료, 직원 수급, 덤핑 등 세무사 업무와 관련한 기본적인 사항 외에 소관부처인 국세청장, 세제실장과 소통 활성화를 기대하는 세무사들이 많았다.
다른 조모 세무사는 “최근의 세무사회 집행부는 국세청과 소통이 잘 안되는 것 같다. 국세청이 납세자의 신고편의를 위해 ‘미리채움’ ‘모두채움’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그 과정에서 세무사회와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모 세무사 역시 “법 개정과 제도 개선을 위해 국회의원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국회와 국세청, 기재부 세제실과의 관계를 균형감을 갖고 유지하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세무사를 비롯해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자격사들이 일제히 컨설팅 업무를 강화하고 있어 세무컨설팅 업무를 다른 자격사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노력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다른 조모 세무사는 “변호사, 회계사 외에 다른 자격사들도 컨설팅을 빌미로 세무업무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이들을 저지하고 ‘세무사만의 세무컨설팅’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젊은 회장’ 시대에 걸맞는 ‘세무사회 혁신’의 요구도 많았다.
박모 세무사는 “세무사회는 이제 좀 바뀔 때가 됐다”면서 “이번에 서울지방회장이 출마하는 과정의 전횡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참에 쇄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구모 세무사는 “이전 집행부까지 이어지면서 장기집권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번쯤은 물길을 돌려볼 필요가 있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볼 때 분명 성과가 있었지만 장기집권 체제로 이어진 흐름에 이젠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밖에 최근의 시류인 ‘AI⋅빅데이터’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눈길을 끌었다. 오래전 한국세무사회 회직을 지낸 김모 세무사는 “장기적으로 1만5천여 세무사가 보유한 각종 신고자료와 세무자료의 데이터를 집적해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현재 세무사회 전산법인 한길TIS로는 역부족으로 보이며 대기업과 제휴를 하든 신설을 하든 데이터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미래 먹거리인 컨설팅을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른 김모 세무사는 한국세무사회장으로서의 자세를 지적했다. “한국세무사회가 이전투구의 장이 돼서는 안된다. 세무사회장 자리는 누리는 자리가 아니고 애쓰고 봉사하는 자리다. 봉사에 대한 기본을 망각하면 절대 안된다”고 힘줬다.
한편 구재이 회장은 지난 4일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 공지에서 “빠른 시일 내에 상임이사 등 집행부 구성을 완료하고 사업현장⋅세무사회⋅세무사제도 등 3대 혁신에 나서 회원이 열망하는 ‘세무사 황금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