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재산증식 기회 백태…탈세·탈루기업 종국엔 사주일가 뱃속 채우기
IT⋅부동산⋅건설 등 코로나 호황업종 탈세혐의자 12명
자녀에 경영권 편법승계 혐의자 9명
대기업 탈세 모방한 중견기업 9명 조사 착수
코로나 경제위기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불법적인 탈세 시도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신종 금융상품을 이용한 변칙 자본거래 등 대기업의 탈루행태를 모방한 중견기업도 등장하는 등 코로나로 인한 국가적 위기상황을 되려 기회로 삼아 사회 양극화를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탈세·탈루기업들의 종국적인 목표는 사주일가의 부의 무상이전으로 귀결된다. 국세청이 분석한 사주자녀의 재산증식 추이에 따르면 10대에는 부모찬스로 종잣돈을 증여받고 20대에는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주식가치를 부풀린 후, 30~40대에는 고액급여·배당을 통해 금융재산을 늘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9일 국가적 위기를 틈타 공정경제 구현과 사회통합을 저해한 불공정 탈세혐의자 30명을 대상으로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대상에 오른 30명의 탈세혐의자는 IT, 부동산·건설, 사치품 유통 등 코로나 반사효과로 매출과 수익이 증가한 알짜회사의 이익을 가로챈 12명, 일감몰아주기·사업기회 제공 등 교묘한 방법으로 자녀에게 부를 편법승계한 사주일가 9명, 불공정 자본거래와 역외탈세 등 대기업의 탈세를 모방한 중견기업 사주 9명 등이다.
세무조사를 받는 이들 조사대상 업체는 지난 2019년~2020년 동안 평균 매출이 7천63억원에서 7천514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매출이 6.4% 늘었다.

또한 조사대상 법인의 사주일가 총 재산은 2020년 기준으로 약 9조3천억원으로 평균 3천103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돼, 최근 5년 사이 재산이 30.1% 증가하고 사주자녀의 재산은 39.0% 늘어났다.
코로나 반사이익을 가로채 탈세를 시도한 12명의 경우 기업이익을 법인명의 슈퍼카, 호화 리조트, 고가 미술품 등을 구입하는데 사용하고 이를 사주일가가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고액 급여·상여·배당을 통해 기업이익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7억원에 달하는 독일산 리무진을 보유하거나, 서울 용산에 소재한 시가 84억원의 주택에서 거주하며, 26억원의 콘도 회원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녀에게 재산증식의 기회를 몰아준 9명도 이번 조사선상에 올라, 공시의무 없는 유한책임회사 등을 자녀 명의로 설립한 후 사업기회 제공, 일감 몰아주기·떼어주기·끼어넣기 등 다양한 변칙적인 방법으로 자녀에게 부를 이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 과정에서 사주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에 사업시행권, 부동산을 염가·무상으로 이전하거나 무형자산 고가매입·사용료 과다지급 등 방법을 이용해 편법 지원한 혐의다.
국세청이 지난 2016~2020년까지 최근 5년간 사주자녀의 재산증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10대에는 부모찬스를 통해 법인 주식과 종잣돈을 증여받고, 20대에는 일감몰아주기·사업기회 제공으로 주식가치를 부풀린 후, 30~40대에는 고액금여·배당을 통해 수월하게 재산을 증식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의 탈세수법을 모방하다가 세무조사 선상에 오른 중견기업도 9명에 달했다.
국세청에 적발된 중견기업 가운데는 법인이 콜옵션부 전환사채를 발행한 후 주가 상승시 법인은 행사를 포기하는 대신 사주와 사주자녀에게 콜옵션을 부여하고, 사주는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환사채를 매수 후 주가급등 시점에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발행회사가 지정하는 제 3자가 전환사채(CB) 일부를 다시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콜옵션전환사채는 지난 2013년 10월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 사모 발행이 금지된 직후 처음 발행돼 기업 사주일가가 경영권 강화 등에 악용하고 있다.
현재 콜옵션부 전환사채 발행기업 340여곳의 발행규모는 약 6조원 가량으로, 국세청은 대주주 등에게 주가상승에 따른 콜옵션 전환이익을 무상으로 분여한 사례를 선별해 조사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중견기업에서 역외탈세 시도 또한 이어져, 사주일가가 해외 부외자금을 역외펀드로 위장해 계열사 주식을 우회거래한 후 수익을 축소신고하거나, 차명소유 해외법인과 부당거래를 통해 기업이익을 해외로 유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조사과정에서 증빙자료 조작, 차명계좌 이용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 경제위기에 편승한 부의 무상이전과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사익 편취 등과 같은 공정경제에 역행하는 반사회적 탈세에 대해서는 조사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세청은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 및 사익편취 등 불공정탈세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4년 동안 대기업·대재산가에 대한 조사역량을 집중한 결과 총 5천39건의 세무조사에 착수해 9조3천257억원을 추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