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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2. (목)

내국세

국세청, 스위스 등 해외 은행에 숨긴 '숫자 계좌'도 확보했다

역외블랙머니 비밀계좌 운용·핀테크 플랫폼 이용한 역외탈세자 46명 세무조사

계좌소유주 문자·숫자로만 표시된 비밀계좌…국가간 정보공유로 거래내역까지 확인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이용한 신종역외탈세도 자료분석 끝마쳐

김동일 조사국장 “금융비밀주의 해체로 역외 비밀계좌 탈세 이제는 불가능”

 

계좌 소유자와 거래내역 등이 숫자로 존재함에 따라 역외탈세의 주된 통로로 이용돼 온 역외비밀계좌를 국세청이 국가간 정보교환을 통해 해당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등 역외 비밀계좌의 빗장이 사실상 해제됐다.

 

핀테크(Fintech) 플랫폼을 통한 전자지급결제로 탈세를 시도 중인 기업에 대해서도 글로벌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가 국내로 지급한 결제자료를 정밀분석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국외 소득이전 내역 또한 검증이 가능해졌다.

 

국세청은 역외 블랙머니 비밀계좌를 운영하면서 탈세하거나, 핀테크 등 인터넷 금융플랫폼을 이용한 신종역외탈세 등 지능적 역외탈세 혐의자 46명에 대해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자들의 경우 신종 역외탈세수법을 이용해 과세관청의 눈을 피해 왔으나, 국세청이 그간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 등 외국 과세당국과의 양자간 협력 및 OECD가 주도하는 다자간 국제협력에 주력한 결과 역외탈세 금고의 빗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세청은 역외 현금지급기 역할을 하며 금융비밀주의로 인해 접근하지 못했던 스위스·홍콩·싱가포르 등의 해외금융계좌정보를 정기적으로 수집 중으로, 현재 151개 국가와 양자 또는 다자간 정보교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역외개설계좌의 경우 금융비밀주와 계좌 소유주 이름이 숫자와 문자의 조합으로 표시되는 ‘숫자계좌’로 존재함에 따라 비밀계좌로 불렸으나, 이제는 국가간 정보교환을 통해 계좌소유주와 거래내역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등 사실상 역외 비밀계좌의 의미가 상실됐다.

 

국세청은 강화된 국제공조 네트워크를 활용해 역외 유명은행 등에 은닉된 계좌정보를 확보한 뒤, 납세자의 해외금융계좌 신고자료·외환거래자료·소득세 등 세금신고 자료·기타 수집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해외금융계좌를 미신고하고 세금신고를 누락한 자산가 14명을 특정해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은 해외현지법인으로부터 수취한 배당소득 등 해외발생소득을 역외 비밀계좌에 은낙하면서 해외금융계좌 및 국외소득을 신고하지 않은채, 해외 명의신탁주식과 해외 부동산취득자금 및 해외체제비 등을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증여세를 신고 누락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핀테크 플랫폼을 이용한 신종 역외탈세혐의자 또한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 선정됐다.

 

최근 전자상거래가 급성장하면서 기업의 핵심전략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핀테크 등 기술 발달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커머스 등 플랫폼 경제는 지난해 161조원을 기록하는 등 전년 대비 19.1% 증가한 것으로 통계청은 집계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국내외 오픈마켓 플랫폼을 통한 역직구 증가 등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를 이용한 대금 결제도 크게 증가 중으로, 이를 이용한 신종 역외탈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자지급결제대행은 역직구 등 온라인 판매 뿐만 아니라 기업간 무역거래나 병원·음식점 등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업 등에서도 폭넓게 이용 중으로, 이 과정에서 대금 결제가 전자지급결제대행사 명의로 이뤄져 소득이 쉽게 노출되지 않아 세금을 신고하지 않는 신종 탈세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국세청은 글로벌 전자지급결제대행사가 국내로 지급한 전자지급결제대행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역직구 판매액이나 무역대금 및 병원·음식점 등 외국인 대상 판매액의 수입금액을 탈루한 기업 등 13명을 조사대상자로 선정했다.

 

해외 오픈마켓을 통해 화장품·잡화 등을 역직구 판매하면서 매출액을 자녀의 사이버 가상계좌를 경유해 글로벌 PG사의 핀테크 플랫폼을 통해 수취한 후 판매액을 전액 신고누락했으며, 수취자금은 자녀의 법인설립 및 유상증자 납입대금 등으로 사적 이용하고 증여세를 신고누락한 혐의가 포착됐다.

 

부당내부거래를 통한 국외 소득이전 혐의자 19명도 이번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이들은 거래구조 변경을 통한 로열티 과다 지급, 제품 고가 매입, 용역대가 과다 지급, 무형자산 사용료 과소수취 등 국외 특수관계자와의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소득을 부당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과 비대면산업은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이처럼 늘어난 유동성이 역외개설한 비밀금고 계좌로 흘러가거나 역외에서 은밀하게 역반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현재 전세계 거의 모든 국가와 금융정보를 교환하고 국제사회와 역외탈세를 차단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공조하고 있는 등 금융비밀주의가 사실상 해체되고 있다”며 “법 체계를 무력화하며 반칙과 특권으로 부당한 이익을 누리는 역외탈세자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 2019년 이후 총 네차례에 걸쳐 역외탈세 혐의자 372명을 대상으로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해 1조4천548억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했으며, 올해 3월에는 국적세탁 세금얌체족 등 반사회적 역외탈세 혐의자 54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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