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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같은 방안에 대해 세무대리계와 조세학계 일각에서 근거과세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영세 납세자에게 이중의 번거로움을 주는 방법 이라며 적극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무행정이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기며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기장에 의한 근거과세 정책에 따라 그 기반이 어느정도 수준에 오른 이 시점에서 정부 스스로가 나서서 근거과세 기조를 무너뜨리는 간편납세제를 도입하려 하는 데 대해 ‘쉽게 납득이 되질 않는다’는 게 세무회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근거과세의 조세원칙과 납세자 편익제고 정책 취지 간 충돌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상치로 인한 충돌 현상을 막을 방안은 없는 것일까?
납세자에게는 납세협력 비용을 덜어주고 정부는 기장에 의한 근거과세 원칙을 고수하는 방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정부가 납세자에게 세금을 내는 데 드는 비용을 줄여 주겠다고 하는 것은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그렇지만 조세원칙에 반하면서까지 납세협력 비용을 줄여 주겠다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에 빠진 꼴이 된다.
따라서 국민의 납세협력 비용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기장세액공제제만으로는 영세사업자에게는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납세조력비 명목의 조세지출 예산을 납세 조력 단체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납세자의 비용부담을 덜어주는 한편으로 기장에 의한 근거과세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납세조력 단체인 한국세무사회와 공인회계사회 감사반연합회에 그 역할을 맡겨야 한다. 한국세무사회는 전국 각 세무서별로 세무사협의회가 조직화 돼 있고 공인회계사회도 전국적으로 조직화 돼 있다.
정부는 간편납세 대상 규모의 영세 사업자들이 해당 지역의 세무사협의회와 공인회계사 지부에 간편납세제 지원대상으로 가입 등록하도록 세무당국이 적극 권장하고, 세무대리인들은 이들에게 무료로 기장대리와 신고대행을 수행해 주도록 한다. 그러면 정부는 이들 세무대리인들에게 일정액의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선변호제와 유사한 방법으로 운영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세무대리 조력 시스템을 가동하게 되면 영세사업자들의 납세협력 비용 부담은 없어지고 무기장 영세사업자들에 대한 기장과 납세신고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질뿐만 아니라 근거과세 인프라 구축으로 조세 및 사회복지 행정에 필요한 정확한 자료가 만들어지게 돼 정부로서도 적은 예산 투입으로 거두는 정책 효과는 클 것으로 보여진다.
더불어 심각한 기장수임난에 처해 있는 영세 세무대리인들에게 간편납세 대상자들의 세무대리업무를 안분해 주면 세무대리 수입 증가에 보탬이 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마치 프랑스의 중앙경영조합을 통한 기장신고정책처럼 말이다.
정부는 근거과세에 반하는 납세자 편익만을 주창하는 간편납세제를 고집할 게 아니라 적정예산을 투입하여 영세사업자에게 기장을 강제하지 않고 조력 지원함으로써 세법상의 원칙도 지키는 ‘세무대리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길 기대한다.
한편 세무대리인들은 성실신고 의식 함양과 건전납세문화 풍토 정착을 위한 조세전문가로서의 公的 소명의식으로 영세사업자들을 위한 납세 협력 비용을 줄이기 위한 무료 봉사에 적극 나서야 할 일이다.
또 영세사업자는 ‘세무대리지원 네트워크‘ 적극 가입하여 자신의 사업상의 거래 정보를 제공하여 투명한 사회 조성에 일조하는 의식과 자세를 가져야 한다.
영세사업자를 위한 세무대리지원네트워크를 서둘러 구축하길 기대한다.
지형길 편집국장
chg@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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