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위직 빠른 세대교체 속 행시37⋅38회 전면에 나서
속도조절⋅비행시 발탁 여론도
국세청 행시(行試) 물갈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50대 초반의 행시37회 1급 지방국세청장이 명예퇴임을 앞뒀고, 한 기수 후배인 행시38회 지방청장도 명퇴 대열에 합류한다.
국세청은 내주초 국세청 차장 등 1급을 비롯해 국장급 인사를 단행한다. 이번 인사에 맞춰 김명준 서울청장(행시37회), 이동신 부산청장(행시36회), 한재연 대전청장(행시37회), 박석현 광주청장(행시38회)은 후진을 위해 용퇴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다른 경제유관부처에 비해 고위직 세대교체가 빠르다는 인식은 국세청 안팎에서 이미 공감하고 있으며, 이번 고위직 인사로 더욱 빨라지게 됐다는 평가가 많다.
세정가에서는 빠른 세대교체의 원인을 치열한 승진경쟁, 행시 위주 인사, 특정 행시 기수에 동기생 다수 분포 등을 꼽는다.
특히 행시 36회·37회·38회 세 기수는 동기생들이 각각 10여명에 이르는데, 치열한 승진 경쟁으로 ‘빠른 승진과 빠른 퇴직’을 되풀이하고 있다.
김대지 국세청장의 행시36회 동기(고공단)는 모두 9명으로, 김희철 전 서울청장, 김용균·김용준⋅유재철 전 중부청장, 이동신 부산청장, 최정욱 전 인천청장, 박만성 전 대구청장, 임경구 전 국세청 조사국장으로, 국세청장을 포함해 1급 이상만 6명 배출했다.
이들 행시36회는 행시27회 선배들과 종종 비교돼 왔는데, 행시27회에서는 국세청장 1명을 비롯해 1급 5명이 나왔다.
행시37회(고공단)는 김명준 서울청장을 필두로 이준오 중부청장, 구진열 인천청장, 한재연 대전청장, 강민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 정철우 국세청 기획조정관, 김창기 국장, 임성빈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이동운 중부청 조사2국장으로, 9명 중 현재까지 2명이 1급에 올랐다.
내달초 예정인 1급 인사에서 행시37회 중 1급이 더 배출될 지 세정가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행시38회의 힘’도 대단하다는 평가다.
동기생 중 박석현 광주청장이 가장 먼저 지방청장에 올랐으며, 국세청 조사국장(임광현)을 비롯해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장(김동일), 서울청 조사1국장(송바우) 등 핵심보직에 포진해 있다.
이외에 송기봉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 노정석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 김진현 국세청 개인납세국장,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 조정목 국세공무원교육원장, 문희철 서울청 성실납세지원국장 등 10명에 이른다.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향후 1~2년간은 행시38회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며, 아직 1급은 배출하지 못했지만 이번 고공단인사에서 행시38회 첫 1급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행시38회 가운데서는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이 선두주자로 꼽히며, 여기에 더해 이번 인사에서 송기봉·문희철·김동일 국장 등도 약진이 예상된다.
한편, 행시의 빠른 세대교체가 장기적인 측면에선 국세행정의 안정성을 해치고, 비행시 출신의 고공단 진입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1급(가급) 및 고공단(나급) 승진시 비행시 출신의 과감한 발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인사때마다 나오고 있다.
김대지 국세청장 또한 인사청문회에서 하위직 공무원의 인사운영 계획과 관련해 “조직에서 열정이 있고, 전문성이 뛰어나고 성과와 역량을 내는 직원들을 과감하게 발탁하겠다”며 “9·8·7급이라 하더라도 고공단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패스트 트랙으로 관리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국세청장 취임 후 첫 단행되는 이번 고공단 인사가 향후 행시기수간 경쟁구도는 물론, 비행시가 고공단으로 나아가는 등용문의 기준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