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민차'로 불리며 위세를 떨쳤던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가 최근 국내에서 설 자리를 잃는 모양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경차 사이에서 '낀 세대'가 되면서 국내 판매량이 줄어드는 등 예전의 명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지난달 국내시장에서 프라이드를 308대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판매량인 530대보다 41.9% 줄어든 실적이다.
이 같은 판매 감소 추세는 지속적이다. 올해 들어 1∼7월 누적 판매량에서도 2484대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4288대보다 42.1% 감소했다.
올해 들어 프라이드의 판매량은 월 200∼400대를 오르내리는 수준이다.
프라이드에게도 한때는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통합되기 이전의 기아차 시절인 1987에 처음 출시된 프라이드는 2005년에 2세대, 2011년에 3세대 차량이 출시되는 등 장수한 모델이기도 한 만큼 높은 판매실적을 견인해온 효자 차종이었다.
특히 1세대 시절이던 1992년에는 한 해에 12만6000여대가 판매되기도 했다. 월 단위로 환산하면 1만대씩 팔려나간 셈이다.
그만큼 오래 지속된 인기 덕에 프라이드는 지난해 내수·수출을 합한 누적 판매량이 400만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더군다나 지난해까지 해외 판매량이 300만대를 넘어 기아차가 판매하는 모든 차종 중 수출 1위 차종으로도 꼽혔다.
하지만 최근 국내시장에서는 영 맥을 못추고 있는 분위기다.
2011년 출시된 3세대 프라이드는 지난해까지 해외에서 150만대가 넘게 판매됐지만 국내에서는 출시 첫 해 11월 2000여대를 판매한 것을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추세다.
이는 비슷한 차종이 경차와 소형차로 나뉘고 1000㏄ 미만의 경차에 유류세 환급 등 혜택이 주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경차보다 경쟁력이 밀린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 과거보다 차종이 다양해지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데다 최근 국내에서는 소형 SUV 차종 등이 인기를 끌면서 주목도가 떨어진 점 등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시장의 경우 준중형 이상의 차종을 선호하는 경향이 큰 탓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형차가 잘 팔리지 않는 반면 준중형차 위주로 팔리는 추세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프라이드에 해당하는 차급의 시장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