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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0자평]텅빈 할리 퀸, 꽉찬 덕혜옹주…8월 1주차

 8월 1주차 개봉 영화 세 편과 주요 영화 200자평.

◇겉만 번지르…'수어사이드 스쿼드'(감독 데이빗 에이어)(★★☆)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 마고 로비의 '할리 퀸'과 자레드 레토의 '조커'에 열광했던 사람이라면 머쓱해질 만한 작품이다. 강렬한 캐릭터 플레이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됐던 이 영화는, '이미지 플레이'로 일관하다가 자멸하고 만다. 영화는 코스프레가 아니지 않은가. '인상'(image)이 아닌 '성격'(character)이 있어야 하고, 에피소드가 아니라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만 해서는, DC는 마블을 절대 이길 수 없다.

◇허진호에 대한 아쉬움…'덕혜옹주'(감독 허진호)(★★★☆)

'덕혜옹주'는 말끔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군더더기도 과장도 없는 연출이 안정감을 주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신뢰감을 준다. 그래서 관객은 극 초반부터 덕혜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눈물 흘리고 만다. 하지만 이건 허진호의 영화가 아닌가. '나의 조국'이라는 감정을 넘어선 뭔가를 이 영화에 원했던 건 허진호라면 그것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덕혜의 '나라 사랑'은 절절하지만 곱씹게 되지 않는다. 이건 이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라기보다는 허진호에 대한 아쉬움이다.

◇욕망과 충동과 본능, 그게 인간…'비거 스플래쉬'(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천박하고 상스러운 게 인간이다. 그래서 사랑하고 그래도 사랑한다. 그게 인간이다. 화려한 연출 속에 진득하게 인간을 파고드는 루카 구아디나노 감독의 화법은 여전하다. 하지만 전작인 '아이 엠 러브'만큼 인간과 세계에 대한 적중률 높은 탐구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본'스러워…'제이슨 본'(감독 폴 그린그래스)(★★★★)

이제는 이 시리즈를 첩보액션 '클래식'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가. '본 3부작'을 못 본 관객이라면 왜 이 시리즈가 관객들로부터 그토록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지 '제이슨 본'을 통해 이해하게 될 것이다. 전작들을 봤던 관객이라면 왜 이 시리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아는 본의 감성, 본의 액션, 본의 이야기가 본스럽게 시작해 본스럽게 끝난다. 물론 이 작품이 전작들을 월등히 뛰어넘는 영화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수준 높은 액션영화를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안타까운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

'국뽕'이고 '반공'이고 간에 중요한 건 영화의 완성도다. '인천상륙작전'은 이 영화의 의도나 메시지를 언급하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완성도가 낮은 작품이다. 이 영화를 망치고 있는 건 허술한 서사와 2차원적 캐릭터, 클리셰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한 연출이지 애국주의가 아니다. 다만 여기에 과도한 애국주의도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말이 많아진 고레에다…'태풍이 지나가고'(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태풍이 지나가고'는 고레에다 감독이 내놓았던 몇몇 걸작에는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다. 오히려 다소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가족영화를 만들지만, 철저하게 현실적이어서 때로는 섬뜩하게 느껴졌던 고레에다 감독도 나이를 먹는 건지 자꾸만 따뜻해지고 포근해진다. 그리고 메시지를 주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편하게 웃으면서 즐길 수 있고, 나와 내 가족을 돌아볼 수 기회도 주는 작품이다. 고레에다 감독 영화 중 가장 웃긴 영화이기도 하다.

◇요리사 전에 혁신가…'노마: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

이 영화는 요리사와 그가 운영하는 식당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지만, 사실 그것들에는 큰 관심이 없다. 볼거리 정도의 역할을 할 뿐이다. 이 다큐멘터리가 기록하려는 건 식당 노마'의 요리사 르네 레드제피의 혁신이고, 혁신을 향해 정진하는 레드제피의 태도다. 쿡방이나 먹방을 기대했다면 실망한다. 하지만 지독한 프로페셔널의 이야기가 보고싶다면 흥미로울 것이다.

◇한국 재난영화의 일보 전진…'부산행'(★★★☆)

연상호는 두 가지 우려를 날려버렸다. 애니메이션만 해온 연출가가 실사 영화에서도 그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사회적 메시지가 진득하게 달라붙은 소위 작품성 높은 작품들을 해온 창작자가 오락영화 연출도 가능할지, 연 감독은 둘 모두를 해냈다. 연상호 감독이 가진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은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줄 안다는 것에 국한하지 않는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야기도 새로운 것으로 둔갑시키는 언변술도 그 재능에 속한다.

◇이게 마술이라고? CG가 아니고?…'나우 유 씨 미2'(감독 존 추)(★★☆)

'나우 유 씨 미2'는 여름 블록버스터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한다. 마술인지 CG인지는 알 수 없는 마술과 전작보다 더 큰 규모로 어쨌든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약하다보니 케이퍼 무비 특유의 통쾌함이 이 영화에는 적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총출동 하는 것에 비해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도 약점이다.

◇그래도 살아지겠지만, 그렇지만…'환상의 빛'(★★★★☆)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고 괜찮아진다고 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 사람은 틀렸다. 잠복해 있을 뿐, 조금이라도 면역력이 약해지는 상황이 오면 슬픔과 고독과 외로움과 상처와 고통과 분노와 후회와 무기력들이 바이러스처럼 순식간에 마음 속에 퍼져버린다. 우연히 들은 자전거 벨소리가, 자전거를 구경하는 아들의 모습이 그렇다. 매일은 아니겠지만 매번 가슴 아플 것이다. 그리고 유미코는 타미오에게 이쿠오를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또 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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