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이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헬기 수리온을 헬기구매사업 대상에서 원천배제하고 나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최근 헬기구매사업 입찰 과정에서 수리온의 정부 형식증명 미취득 등을 문제삼아 입찰서 원천배제하는 등 소방당국의 수리온 배제 움직임이 커지자 헬기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 관련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리온은 최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119특수구조단이 추진하고 있는 다목적 헬기 구매사업 입찰 과정에서 원천 배제됐다.
119특수단은 지난달 18일 헬기 구매사업 사전규격을 공개하며 국토부로부터의 형식증명과 한쪽엔진이착륙 성능 등을 입찰 요건으로 내걸었다.
KAI를 비롯한 국내 항공우주업계는 이를 두고 119특수단이 해외 특정기종을 구매하기 위해 입찰 참여의 벽을 과도하게 높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원소방본부 역시 지난해 이같은 이유를 들어 다목적 헬기 구매사업에서 수리온을 배제한 바 있다. 강원소방본부는 최종적으로 이탈리아 아구스타와 헬기 계약을 맺었다.
수리온의 경우 애초 군용으로 설계·제작돼 방위사업청이 인증한 형식증명 만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다양한 부가임무가 가능하도록 개발돼 국토부로부터 특별감항인증을 통해 안전성을 증명할 수 있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전국 9개 소방항공대 5개 기종 12대의 헬기도 국토부의 형식증명이 아닌 특별감항인증을 발급받아 소방헬기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리온은 이 외에도 육군과 경찰청에서 60대 이상이 운용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산림청과 제주소방본부와도 계약을 체결해 내년 인도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서울 소방당국 관계자는 "헬기를 한 번 도입할 경우 단기간 사용하고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십수년을 운항하게 된다"며 "점차 소방 업무의 범위가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데 현재의 특별감항 조건 만으로 헬기를 도입한다면 향후 예산이 이중으로 낭비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표준감항을 입찰 요건으로 내건 것"이라고 해명했다.
업계는 소방당국이 카테고리A 등급의 헬기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사실도 수리온을 배제하기 위한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항공우주업계 관계자는 "소방당국이 엔진 한 기가 작동하지 않아도 비상착륙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카테고리A 등급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것도 억지"라며 "정작 도심 내 빌딩 화재진압에 필요한 배면물탱크와 응급의료킷 비치 등의 요건은 빠져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리온의 경우 카테고리B 등급에 해당한다. 국토부는 카테고리B 등급 헬기를 '엔진이 정지하는 경우 체공능력을 보증하지 못하며 이에 따라 계획되지 않은 착륙을 할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엔진 이상시 A등급 보다는 비상착륙에 애로를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소방당국 측은 이에 대해 "서울 시내 특성상 헬기 엔진이 멈췄을 때 비상착륙하기가 용이하지 않다"며 "건물만 다수 있는 게 아니라 1000만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만큼 헬기가 추락했을 때의 후폭풍을 감안하면 카테고리A 등급 획득을 필수 요건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