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5조원대 회계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고재호(61·구속) 전 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고 전 사장은 회계 사기로 부풀린 성과를 바탕으로 금융권으로부터 수십조원을 지원받는가 하면 임직원들에게 수천억원대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수사단은 27일 고 전 사장을 자본시장및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주식회사의내부감사에관한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상 사기 및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의 CEO가 재판에 넘겨지는 건 25억원대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 된 남상태(66) 전 사장에 이어 두 번째다.
고 전 사장은 재임기간인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5조7059억원 규모의 회계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3~2015년 금융기관으로부터 4조9000억원을 대출받고 10조원대 선수금 환급보증을 받는 등 회계 사기를 기초로 책정된 신용등급 등을 이용해 금융권으로부터 21조원 상당을 지원받은 혐의가 있다.
회계 사기로 부풀린 성과를 이용해 5000억원 상당을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 혐의도 있다.
특별수사단은 대우조선해양 측이 산업은행과 확정한 경영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예정 원가를 임의로 축소하고 이를 통해 직접 대출액과 영업이익을 과대 계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회수 가능성이 낮은 장기 채권을 적게 설정하는 방법으로 판매비와 관리비를 과소 계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원하는 영업이익이 나올 때까지 시뮬레이션을 해 예정된 대출액과 영업이익 나오면 그 금액을 예정 원가로 확정하는 방식으로 회계 사기를 저질렀다는 것이 특별수사단 판단이다.
이와 관련 특별수사단은 고 전 사장의 지시에 따라 회계 사기를 벌였다는 임직원들의 진술을 다수 확보한 상태다.
고 전 사장은 회계지식이 부족해서 불법적인 회계가 진행 중인 사실을 몰랐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수사단은 고 전 사장과 회계 사기를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김모 전 부사장에 대해서도 21조원대 사기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다만, 부당 성과급 지원 혐의와 관련해서는 직원들의 성과급 지급 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임원에게 지급된 99억7000만원에 대해서만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특별수사단은 고 전 사장의 개인 비리 혐의에 대해 수사를 계속해 추가 기소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