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정권 시절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강제연행돼 옥살이한 조희연(60) 서울시교육감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지만, 끝내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조 교육감 등 피해자 5명과 그 가족 등 4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41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2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마무리 짓는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을 내렸다.
1978년 서울대 사회학과에 재학 중이던 조 교육감은 헌법 폐지와 학생시위 등을 주장하는 내용의 불온 유인물을 만들어 대학생들에게 무작위로 발송한 혐의로 그해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조 교육감은 이듬해 2월 1심에서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으로 감형받은 조 교육감은 상고를 취하해 같은 해 7월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나머지 피해자 4명도 각각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조 교육감 등은 선고된 형에 따라 복역하다가 한 달 뒤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이후 조 교육감 등은 지난 2011년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013년 "이들에게 적용된 긴급조치 9호는 애초부터 위헌·무효라서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형사보상금 5억6000여만원을 결정했다.
조 교육감 등은 이후 국가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민사소송을 냈다.
1심은 국가 책임을 인정해 조 교육감과 가족에게 2억6300여만원을 비롯해 나머지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합해 총 9억8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은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고 조 교육감 등을 체포·구금했을 뿐만 아니라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받아내 유죄판결이 선고됐다"며 "이러한 불법행위로 정신적 고통을 당해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대통령의 긴급조치권은 정치적 행위로 국민 개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지난해 3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들에게 모두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은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9호에 의해 영장 없이 체포·구금해 수사하고 기소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당시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않은 긴급조치 9호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