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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4. (토)

경제/기업

'성과연봉제' 노사 대립 격화…금융노조, 총파업하나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금융권 노사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금융공기업에 이어 시중은행 등 민간금융사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이에 맞서 금융노조는 총파업에 나설 태세다.

19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총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금융노조에는 KB국민은행·NH농협은행·KEB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을 포함한 35개 지부가 속해 있다.

앞서 시중은행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은행연합회는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 초안을 작성하고, 사측의 의견을 수렴한 뒤 금주 중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는 동일한 직급끼리 성과평가에 따라 최대 40%까지 임금격차가 벌어지는 내용이 담겼다. 가이드라인은 관리자의 연봉 차이를 최저 30%로 설정하고, 일반직원의 경우 연봉 격차를 20%에서 40%까지 확대하도록 명시했다.

이는 먼저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금융공기업보다 강화된 수준의 성과연봉 체계다. 예컨대 수출입은행의 개인별 성과연봉 최고와 최저 간 차등폭은 2배다.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 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은 "성과연봉제 도입은 금융공기업보다 민간기업이 더 절박하다"며 "적어도 금융공기업 수준이나 그 이상은 돼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일선 행장들의 의견"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성과연봉제는 올해 금융당국이 꼽은 금융개혁의 핵심과제로, 금융위원회는 금융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성과연봉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금융권 노사가 대립을 이어온 끝에 지난달 금융노조는 산별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금융노조에 소속된 금융위 산하 공기관 7곳(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수은·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한국자산관리공사·주택금융공사)이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한 뒤, 다음 차례는 시중은행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이번달 들어 금융사 수장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기 시작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 행장은 지난 4일 국민은행 정기조회사를 통해 "앞으로 KB에서의 성과주의 운영은 협업과 팀워크를 바탕으로 지금처럼 부점성과와 더불어 팀성과는 물론 개인성과도 일부 반영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뒤이어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13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성과에 따른 엄격한 신상필벌을 반드시 실행에 옮기겠다"고 밝혔다.

은행연합회는 지난주 시중은행 행장들에게 가이드라인 초안을 제시하고 행장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을 통해 가이드라인의 내용이 알려지자 금융노조는 18일 하 회장을 방문해 사측의 성과연봉제 도입 움직임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하 회장은 먼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놓고 노조와 협의하려 했다고 하지만, 사측이 가이드라인을 다 마련한 뒤 합의하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성과연봉제에 대한 시중은행 종사자들의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평가부터 하겠다고 하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후선업무를 하는 직원과 판매, 운용을 맡은 직원들 간 업무 내용이 완전히 다른데 이를 어떻게 평가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금융노조는 찬성이 가결되면 오는 9월23일 총파업을 단행할 방침이다.

금융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는 20일 오전 10시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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