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검증을 거쳐 검사장에 올랐던 진경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특가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현 정부의 인사시스템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 특혜 매입 논란은 지난 3월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를 계기로 불거졌지만, 그가 주식 매입에 나선 시점은 2005년부터 시작된 것이다. 즉 민정수석실이 지난해 2월 그를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임명하기에 앞선 검증에서 범죄 행위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눈감아 줬거나 둘 중 하나인 셈이다.
몰랐다면 인사검증 작업이 '수박겉핥기' 식으로 진행됐다는 것을 의미하고, 알고도 눈감아줬다면 인사검증시스템 담당자와의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인사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제에 구멍난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전면 재수술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인사검증 작업은 우병우 민정수석이 관장한다. 그러나 우 수석은 진 검사장에게 주식 매입 특혜를 제공해 126억원의 시세 차익을 안겨준 넥슨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있다.
일부 언론은 이날 넥슨이 우 수석 처가 소유의 1,300억원대 부동산을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우 수석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진 검사장과 우 수석은 서울대 법대·사법연수원 2년 선후배 사이다. 우 수석이 사실무근으로 밝혔지만 둘 간의 이같은 관계 때문에 일각에서는 넥슨까지 포함해 3자간 모종의 연결고리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이 제기 나온다. 하지만 우 수석은 "넥슨은 알지도 못한다"라고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위야 어떻게 됐든간에 진 검사장의 인사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우 수석에 대한 업무상 책임은 뒤따른다. 진 검사장과 넥슨과의 비위 사실을 왜 청와대가 사전에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느냐는 지적이다.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이같은 허술한 운영체계는 비단 이번 뿐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상시 검증 방식 등으로 인사검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으나, 김용준 전 인수위원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의 총리 후보 낙마 사태가 반복되면서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이어져 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 중 한 명이었던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취임 4개월여 만에 사실상 자리를 물러난 것도 적임자에 대한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기인한다.
구멍난 청와대 인사시스템도 문제지만 그간 정권 안팎에서는 우 수석이 인사검증 책임자로서 모든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정치권에서 '우병우 사단'이라는 말까지 나온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같은 인사문제가 반복되는 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특정 인사의 입김에 좌우되는 폐쇄적인 인사 시스템이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보안 등을 이유로 청와대 소수 관계자만 참여하는 형태의 검증이 이뤄지다보니 시스템이 아니라 특정 인사 몇몇의 의견에 따라 작업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사 검증 실패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외부 기관이 참여하는 방식의 객관적인 사전 검증을 토대로 하는, 시스템 인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적어도 같은 편 한 두명이 주도하는 인사검증 작업보다, 외부 인사가 참여해 여럿이 '크로스체크'하는 식으로 검증을 하면 최소한 지금과 같은 후진적 문제점만큼은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