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설명회에 참석해 경북 성주 주민들로부터 계란과 물병세례를 맞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수첩 등이 든 양복상의를 분실했다 되찾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황 총리가 분실했던 수첩 등은 총리라는 직함 상 국가의 중요 기밀 등이 적혀있을 가능성이 큰 물품으로 하마터면 국가기밀이 노출됐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18일 경북지방경찰청과 경북도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황 총리가 분실했던 양복과 수첩 등은 경북도의회 정영길(성주·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되찾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상황은 이렇다. 황 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헬기를 타고 경북 성주 군부대에 도착해 사드 배치 지역을 둘러본 뒤 11시 성주군청을 찾았다.
군청 앞에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3000여명(주최측 추산 600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있었다.
황 총리가 성주 주민들을 상대로 사드배치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들어서자 바로 날계란 등이 날아들었다.
황 총리는 계란이 깨져 양복 상하의에 묻은 상태로 "사드 배치 발표를 들으셨을 때 얼마나 놀라셨을지 정말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머리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성주 주민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욕설과 함께 계란과 물병·소금 등이 계속 날아들었다.
상황이 악화되자 황 총리 일행은 군청사 안으로 대피 한 후 옆문을 통해 미니버스에 올랐지만 주민들이 버스를 막아 6시간 가량 발이 묶였다.
이휴 오후 5시40분쯤 경찰 13개 중대 1100여명이 투입돼 소화기를 뿌리며 퇴로를 확보했고 황 총리는 승용차를 이용해 성주를 빠져 나갔다.
이 과정에서 황 총리는 자신의 수첩 등이 든 짙은 감색의 양복 상의를 잊어버렸다.
이후 황 총리의 양복 상의를 주운 50대 주민이 정영길 경북도의원에게 상의을 건넸다.
정 의원이 양복 상의를 받았을 당시 황 총리의 상의는 반쯤 찢어진 상태로 둘둘 말려 있었다.
이를 본 일부 주민들이 황 총리의 상의를 든 정 의원에게 달려들자 정 의원은 자신이 든 상의가 중요한 물건을 임을 직감하고 자신의 뒤에 있던 성주경찰서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정 의원으로부터 황 총리의 양복 상의를 건네받은 경찰은 직접 차를 몰고 서울로 가 전달했다.
정영길 도의원은 "당시 상황이 혼란스러웠지만 자신이 반쯤 찢어진 양복상의를 든 것으로 보고 일부 주민이 달려들어 이것이 중요한 물건임을 직감했다"며 "수첩과 휴대폰을 양복에 둘둘 말아 경찰에 넘겼다"고 말했다.
황 총리 비서실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되돌려 받은 수첩과 휴대폰은 현재 황 총리가 사용 중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말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한편 경북 성주에서 진행된 사드배치 설명회에는 만 15세 이하의 어린 학생들까지 대거 참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성주교육지원청 등은 사드배치 설명회 당시 총 3000여명(경찰 추산)이 모인 자리에 성주지역 10개 초·중·고교생 827명이 무더기로 수업시간에 조퇴·외출을 하거나 결석 후 설명회에 참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 참석 학생 중에는 초·중학생 400여명이 물병과 계란 투척, 욕설이 난무했던 폭력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학생들의 시위 참가는 사드 성주 배치가 결정되기에 전인 지난 12일 만들어진 단체 카톡방에서 급속히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