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부산지역 학교전담경찰관(SPO)과 여고생 간 성관계 사건 조사가 해당 경찰관들만 사법처리하는 수준으로 마무리됐다.
경찰청은 특별조사단(특조단)을 구성해 성역없는 조사를 약속했지만 결과는 일반적인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강신명 경찰청장을 비롯해 이철성 경찰청 차장,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이 조사대상에 포함되면서 이들에 대한 조사 결과도 주목됐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조단은 경찰청장과 부산경찰청장은 이 사안을 알지 못했다며 사실상 책임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조단이 12일 발표한 조사결과의 주요 골자는 부산 사하경찰서 소속 김모(33) 경장과 연제경찰서 정모(31) 경장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질 당시 강압성과 대가성은 없었다는 것과 강 청장과 이 차장, 이 부산청장 등 지휘부는 해당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특조단은 부산 사하경찰서 김 경장에 대해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위력에 의한 간음·강제추행·성희롱 등 성적 학대행위)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연제경찰서 정 경장은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위계에 의한 간음)로 불구속 입건됐다.
보고 누락, 은폐 의혹 부분에는 두 SPO가 각각 소속된 연제서와 사하서의 서장과 여성청소년과장 등 과장급 간부 7명, 부산경찰청장과 2부장, 감찰과장·계장, 아동청소년과장·계장, 경찰청 감찰과장·계장 등 17명이 비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특조단은 이들이 각 책임에 따른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경찰청에 의뢰키로 했다.
앞서 경찰은 강 청장이 직접 "필요에 따라 자신도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지위고하를 막론한 철저한 조사를 다짐한 바 있다.
경찰청은 경기남부경찰청 조종완 3부장(경무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꾸려 부산에 파견했다. 경무관보다 윗 계급인 치안감과 치안정감(경찰청 차장·부산청장), 치안총감(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겠냐는 의문도 따랐다. 이러한 의문은 결과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특조단은 청장 등 지휘부에 대해 대면 진술로만 조사를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 수단 중 하나인 '전화'에 대한 조사도 사무실 내 경비전화만 확인, 휴대전화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았다.
조종완 특조단장은 이날 진행된 브리핑에서 "보고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먼저 조사했고 사건과 관련해 부산청장을 의심할 사안이 별로 없어 휴대전화까지 조사하는 것은 방법상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휴대전화도 실무자가 조사를 거부하면 할 수 없었고 일부 거부한 직원도 있었다. 어디까지나 임의조사였기 때문"이라며 "만약 특정 서장과 관련 일시에 통화한 정황이 있다고 하면 조사를 했겠지만 조사형식을 갖추기 위한 휴대전화 조사를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부산청장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지 못했지만 지휘 중인 부하 직원들이 보고를 누락하고 은폐했다는 부분에서 주의나 경고, 징계를 받을 수 있다"며 "경찰 단독으로 의견을 내기보다는 시민감찰위원 의견을 들어서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사건 당사자들은 통상적인 사법처리 수준에서 마무리됐고 가장 관심이 모아졌던 경찰 지휘부에 대한 처벌이나 보고 체계에 대한 대책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아랫 사람들만 조사·처벌을 받게되는 예상된 결과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경찰 자체 조사의 한계를 여실히 확인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건국대 이웅혁 경찰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지휘관으로서 포괄적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러한 보고가 제대로 이뤄질 정도의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특조단의 조사 결과대로 실제로 보고가 안 이뤄졌을 것이라고 본다. 이제 이러한 책임에 대한 세부 징계를 스스로에게 어떻게 하느냐는 향후 논란이 될 수도 있다"며 "안 좋은 일 보고했다가 불이익이 생길까봐 실무자 선에서 꼬리자르기 식의 처리를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민간인이 조사에 참여했다면 더욱 명명백백하고 확실한 조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외국처럼 경찰의 비위나 범행과 관련해 외부 시민, 민간인이 참여해 조사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