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7일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맏딸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구속함에 따라 롯데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롯데그룹 계열사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오너 일가 비자금 조성 의혹에도 관여한 연결고리가 있는지를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모을 전망이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된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우황청심환을 먹으며 마음을 달랬고, 눈물소리가 법정 밖에서 들릴 정도로 통곡하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신 이사장 신병을 확보한 만큼 최대 20일의 보강수사를 거쳐 기소 내용을 확정할 방침이다. 일단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및 배임, 배임수재 3가지다.
검찰은 신 이사장은 정운호(51·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등으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에 대한 청탁을 받고 30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뒷돈'이 오간 경로로 의심되는 B사에 딸들을 등기 임원으로 올려 40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향후 검찰은 신 이사장을 상대로 다른 업체들의 롯데면세점 입점 과정에서도 부당한 대가로 돈을 받아 챙겼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또 검찰 수사를 앞두고 B사가 증거인멸한 과정에 개입했는지도 파악할 방침이다.
아울러 신 이사장이 그룹 경영에 깊숙히 관여한 만큼 그를 상대로 개인비리 뿐만 아니라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전반에 대해서도 추궁할 계획이다.
롯데쇼핑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롯데건설·롯데자이언츠·대홍기획·롯데리아·에스앤에스인터내셔널·롯데복지재단·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 계열사 10곳의 이사를 맡고 있다.
이는 부산롯데호텔·롯데건설·롯데자이언츠·롯데알미늄 4곳의 임원으로 등재된 신격호(94) 총괄회장이나, 호텔롯데·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에프알엘코리아·롯데케미칼·롯데제과·롯데문화재단 6곳 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보다 많은 것이다.
이에 따라 2013년 호텔롯데의 부여리조트와 제주리조트 인수·합병 과정, 2008년 계열사 9곳이 롯데상사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 총괄회장 소유 토지 매수 대금을 몰아준 의혹, 대홍기획과 그룹 계열사 간의 불투명한 자금 흐름 등 그간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신 이사장은 롯데그룹 내 공식 직함이 많다.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계열사의 의사결정에 관여했는지 여부에 대해 물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가 1일 신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6시간에 걸쳐 조사한 내용도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부서와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이사장을 구속한 검찰의 칼날은 다른 총수일가로도 향할 전망이다. 특히 관련자들로부터 부외자금 200억원을 운용했다는 진술이 확보된 신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게 중론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신 회장의 구속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돌고 있다. 검찰이 적시한 신 이사장의 구속필요사유에 증거인멸 부분이 적시됐고 이를 법원이 받아들인 만큼,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신 회장 역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신 회장 뿐만 아니라 신 총괄회장과 그의 세번째 부인 서미경(57)씨,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62) 전 부회장, 신 이사장의 딸 등 그룹 오너 일가들이 수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