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과 관련해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린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공정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담합 사실이 없기 때문에 무혐의 결과를 기대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6일 공정위는 신한·KB국민·NH농협·우리·KEB하나·SC제일 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이 CD금리를 담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담합행위에 관한 사실관계의 확인이 곤란해 법 위반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심의절차를 종료했다"고 발표했다.
심의절차 종료는 추가적인 증거가 발견되면 다시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혐의와 다르다. 하지만 공정위가 2012년부터 4년간 CD금리 담합 조사를 진행해 '단군 이래 최장기 조사'라는 수식어가 붙은 점을 감안하면, 뚜렷한 담합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고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공정위가 지난달 22일과 29일 두 번에 걸쳐 전원회의를 열고도 발표를 하지 않아 긴장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공정위가 명백한 근거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당은행들은 공정위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공정위의 제재를 받을 경우 부당이득에 대한 수천억원의 과징금은 물론, 신인도 하락과 은행을 상대로 한 대출자들의 대규모 소송전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심의절차 종료라고 하지만 사실상 무혐의라는 말과 다를 바 없지 않나"라며 "늦게나마 은행의 CD금리 담합과 관련된 의혹이 해소되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은행은 자금을 조달할 때 발행하는 CD금리는 은행권 대출금리의 기준이 된다. CD금리가 올라가면 대출금리가 상승해 고객의 부담이 커지고 은행 수익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정위는 CD금리와 유사한 은행채 금리가 내려갈 때 6개 은행의 CD금리는 높게 유지됐다는 점을 근거로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또 해당은행 직원들의 메신저 채팅에서 CD금리와 관련한 대화가 이뤄진 것도 담합의 결정적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은행들은 발행량과 유동성이 다른 은행채와 CD금리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으며, 은행 실무자들끼리 채팅한 것은 통상적인 업무행위라고 반박했다.
C시중은행 관계자는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끼리 그런 식으로 교류하는 것은 은행뿐 아니라 어느 업계에서나 흔한 일"이라며 "CD금리는 실무자급 직원이 담합해서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채팅을 근거로 담합했다고 하니 무혐의를 기대했다"고 언급했다.
은행들은 CD금리를 결정할 권한이 은행에 없다는 입장이다. CD금리는 금융투자협회가 하루 두 차례 증권사 10곳으로부터 받은 금리 중 최고·최저 금리를 제외한 8곳 금리의 평균값을 고시한다.
D시중은행 관계자는 "공정위는 심사관이 제시한 자료만으로는 은행들의 담합을 추정할 개연성의 존재를 인정할 만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고 본 것"이라며 "이번 공정위의 결정으로 그동안 은행들에 쏠려 있던 CD금리 담합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