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을 대상으로 물품을 수출하는 국내 업체의 인증자수출번호를 제 3국 중계수출자가 무단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는 등 대(對)EU 수출업체의 인증자수출번호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관세청은 최근 EU 회원국의 요청으로 수출물품에 대해 원산지검증을 실시한 결과, 원산지증명서가 부적정하게 발급된 사례가 연속적으로 확인됐다.
원산지증명서가 부적정가 발급된 것으로 판정된 주된 이유는 수출기업의 인증수출자번호를 다른 기업이 사용하여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A 기업은 최근 ‘프랑스 세관이 검증을 요청했다’라며 한국 세관이 보여준 원산지증명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제3국에 있는 B기업이 발급한 원산지증명서에 A기업의 인증수출자 번호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A기업은 원산지증명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
한-EU FTA에 따르면, 6천유로를 초과하는 물품을 수출하는 경우 협정당사국에 소재한 인증수출자 만이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고, 제3자는 이를 대리하여 발급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원산지검증 부적정 발급 적발결과에 따르면, 제3국에 소재한 기업이나 해외법인 등이 우리나라의 수출자 또는 생산자의 인증수출자번호를 사용해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가장 많이 확인된 부적정 발급 유형은 앞선 A사의 사례와 같이 제3국 중계수출자가 우리나라 수출자의 인증수출자번호를 임의로 기재하여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했다.
이외에도 국내기업의 제3국 소재 해외법인이 본사의 인증수출자 번호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번 부적정 발급사례에 우리나라 인증수출기업의 잘못은 없지만, 체약상대국에서 특혜관세 혜택이 배제되고, 우범업체로 관리될 경우, 장기적으로 인증수출기업에 대한 신인도가 낮아지는 것이 우려된다”며, “인증수출기업은 인증수출자 번호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우리나라 수출기업들도 생산자 등 다른 기업의 인증수출자 번호를 사용해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경우 최대 2천만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며, “한·EU FTA 협정에서 정한 원산지증명서 발급규정을 준수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인증수출기업은 중계수출자 등이 인증수출자 번호를 요구할 경우, 원산지증명서 작성 권한은 인증수출기업에게만 있음을 분명히 밝혀 인증수출자번호의 무단 사용을 방지하고, 해외법인을 운영할 경우 해외법인 명의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