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대 회계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고재호(61)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20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고 전 사장은 지난 4일 오전 9시15분께부터 5일 오전 5시5분께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고 전 사장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 근무했다. 고 전 사장은 지난달 29일 구속된 남상태 전 사장과 더불어 대우조선해양 부실을 초래한 핵심 장본인이다.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별관을 나선 고 전 사장은 "성실하게 조사에 임했다"고 말했다.
'혐의 인정하는가', '(검찰 조사에서)어떤 부분 소명했는가', '회계자료 조작을 지시했는가'라는 등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고 전 사장은 답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검찰 청사를 떠났다.
앞서 고 전 사장은 전날 검찰 조사에 앞서 "회사의 엄중한 상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고 전 사장은 그러나 "(분식회계 사기는) 지시한바 없다"며 본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에 따르면 고 전 사장은 재임기간 5조4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부풀린 성과를 이용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전 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혐의도 있다.
특별수사단은 남 전 사장이 임기를 시작한 2006년 3월 이후부터 최근까지 대우조선해양이 진행한 해양플랜트 사업 등 500여건의 프로젝트를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를 포착했다.
특별수사단은 대우조선해양 측이 산업은행과 확정한 경영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예정원가를 임의로 축소하고 이를 통해서 직접 대출액과 영업이익을 과대 계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하는 영업이익이 나올 때까지 시뮬레이션을 해 예정된 대출액과 영업이익 나오면 그 금액을 예정원가로 확정하는 방식으로 회계사기를 저질렀다는 게 특별수사단 판단이다.
한편 특별수사단은 고 전 사장 재임 기간 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김모 전 부사장 지난달 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특별수사단은 고 전 사장을 상대로 재임 기간 회계사기를 김 전 부사장에게 직접 지시했는지, 조작된 회계로 사기대출을 받았지 등에 대해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남 전 사장 재임 기간(2006년 3월~2012년 3월) 벌어진 회계사기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