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 내 말 믿지 않고 이상한 사람들의 말만 자꾸 믿고 있잖아요. 작가가 기본 아닙니까. 대한민국은 뭐예요 이게."
경찰에 출석하며 버럭 화를 냈던 이우환 화백(80)은 이날도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채 나타났다.
30일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 화백은 "4시간 넘게 위작으로 지목된 13점의 작품을 감정했는데 저의 작품이 다 맞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27일, 29일 자신의 '위작의혹' 작품을 직접 감정했다.
자신을 배제한채 "자격이 불확실한 감정위원들과 국과수에 먼저 감정을 의뢰하고, 내가 확인하기도 전에 감정결과를 발료하는 이해할지 못할 행동을 했다"며 경찰을 비난했다.
이 화백은 "국가 권력과 합세해 한 작가를 떡을 만들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13점 모두 진품이 맞다'고 하자, 경찰이 회유한 정황도 폭로했다. 이 화백은 경찰중 한명이 "13점 중 4점은 위작으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그냥 넘어가자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명 내 작품인데, 무슨 소리냐"며 화를 냈다고 했다. 4점은 위작범이 그렸다는 그림이다. 이 화백은 그 경찰이 "위작을 그린 사람이 그렸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우기세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K옥션 경매때 나온 감정서위조 작품도 진품이 맞다고 했다. 그는 경찰에 와서 그 작품을 보니 너무 닦아내고 해서 색깔 왜 이래 할 정도로 정말 손질 너무 많이 한 것이었다"면서도 "분명, 필치는 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해가 안가는 말도 했다. 이 화백은 "그런데 그 작품 뒤를 보니 사인이 돼 있는데 나는 그런 사인을 안했다"면서 "전혀 다른 사인이었다"고 했다. "내 사인이랑 안 맞는 건데, 앞의 그림은 맞아요" 라고 했다.
그런데 왜, 가짜 감정서가 붙은거냐고 묻자 "나는 그런거 몰라요"라며 몸을 뒤로 뺐다. 하지만 "그 그림을 그린 붓은 특수한 붓이다. 아무데나 있는 것 아니다"며 "분명한 내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 화백은 위작논란이 있어 "눈을 부릅뜨고 수없이 다니며 작품을 확인했지만 이제까지 본 것은 위작이 없다"고 말했다."다만 4년 전 일본에서 내 전속화랑이 들고온 2점은 위작이었는데 그런 그림은 유통될 수 없는 지경이었다"면서 "유통되는 범위 내 위작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감정협회등에서 감정을 못하겠다고해 현대화랑(박명자 사장), 공간화랑(신옥진 사장)에 감정을 봐라했는데, 그들은 감정을 안봤다"면서 '현대화랑과 공간화랑이 감정했다'는 의혹을 불식시켰다.
현대화랑에 대해 의리를 보였다. "1970년대후반부터 관계를 맺었다"며 "현대화랑은 내 경험으로 문제가 없고 안심하고 감정을 맡길수도 있고, 감정을 볼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위작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작품에 대한 영향, 화랑과의 관계 때문이 아니냐는 물음에 "질문도 이상하다"며 잠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화랑과의 관계 때문에 진짜라고 하지 않나 하는데 그런 생각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이런일에 얽매여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럽다"고 했다. 또 자신은 "피해자지 범죄자가 아니다"며, "부디 착각하시지 말라. 그걸 꼭 여러분이 알아달라"고도 당부했다.
위작의혹 13점을 진품으로 확신하는 것은 '저만의 호흡, 리듬과 색채로 그린 그림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위작논란이 인지 2년만에 공식적으로 기자들과 만난 그는 기자들을 원망하기도 했다.
"이우환입니다" 라고 입을 뗀 그는 "부디 작가의 말을 들어주시고 믿어주시기 바란다"며 당부했다. 이전에는 기자들과 대담도 하고 소통이 잘돼왔는데, 위작논란이후 "무언가가 엇갈려서 내말이 다르게 전해지고 그러다 보니까 소통이 잘 안된다"면서 "앞으로 작가로서 할수 있는 최대한의 이야기를 제공하겠다, 소통이 잘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두서없이 말할까봐 미리 써왔다는 '발표문'을 읽어내려갔다.
◆다음은 발표문 전문
아시다시피 저는 2016, 6,27과 6,29 양일간에 걸쳐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현재 위작으로 의심받고 있는 13점이 그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결과 저의 작품이 틀림없었습니다.
수사 초기부터 저는 당사자인 제가 직접 그림들을 눈으로 확인할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수 차례에 걸쳐 경찰에 요청하였는데도 거절당하였고, 수사가 개시된지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야 저의 그림을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생존작가가 있는 상황에서는 생존작가의 의견이 우선시되어야 하고,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경우에도 통용되는 일종의 상식임에도, 경찰은 이를 무시하고 자격이 불확실한 감정위원들과 국과수에 먼저 감정을 의뢰하고, 더구나 제가 확인하기도 전에 그 감정결과를 언론에 발표하는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였습니다.
작가 본인의 의견은 배제하고 제 3자들의 의견만을 듣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그것이 사실과 다를 경우에는 그로 인한여파가 작가에게는 너무나 치명적입니다. 위작 의심이 드는 그림들을 정작 작가 본인에게 보여주기도 전에 제 3자들의 의견만을 듣고 그것이 작가 본인의 작품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본말이 전도 된 것입니다.
이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일로서, 이로 인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미지 훼손, 작가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심각하며, 그 와중에 일부 인터뷰 내용도 작가가 말한 것과 달리 보도되는 사태가 발생하여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예를들면 "내가 보고 확인한 이우환 작품중에는 위작이 없다"라는 인터뷰 내용이 " 내 작품은 위작이 없다"라는 식으로 보도되거나, "사진으로 보면 내 작품이 맞는 것 같은데 문제가 있다고 하지 내가 직접 보아야겠다"는 인터뷰 내용이 '사진으로 봐도 내 작품이 틀림없다"라고 보도되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수사 초기에 작가 본인에게 작품들을 확인시켜 주었으면, 이러한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일텐데, 그렇게 되지 않는 점에 대하여 매우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전해 듣기로는 작품을 위조하였다는 사람이 13점의 그림 중에서 일부를 직접 그렸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만, 과연 그 사람이 위조하였다는 그림이 위 13점중에 확실하게 포함되어 있는 것인지 저로서는 믿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13점의 그림들은 저만의 호흡, 리듬과 색채로 그린 작품으로서 작가인 제가 눈으로 확인한바, 틀림없는 저의 그림들이기 때문입니다.
작가와 미술시장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위작품의 생산과 유통은 반드시 근절되어야만 합니다만, 작가 본인의 의견이 무시되는 수사 또한 자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태가 일어나기 전부터 저는 저의 작품들에 대한 전작도록을 준비하여왔고, 조만간 완성을 앞두고 있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떻게 하면 제 작품의 진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켜 드릴수 있을까 더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보려 합니다.
더불어 세계속에서의 우리 미술계의 위상을 감안하시어 거시적인 안목에서 본 사태가 빠른 시일내에 원만하게 종결되기를 간곡히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2016.6.30. 이우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