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부총재가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대해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총재를 지낸 홍 부총재는 전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 지원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재는 "모든 것은 당국이 좌지우지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압력도 받았다"며 "대주주인 산은에 CEO 인사권이 없어 역할은 제한됐고,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개입은 도를 넘어섰다"고 토로했다.
홍 전 회장은 대학 중앙대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2013년 4월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뒤 임기를 두 달 앞둔 2016년 2월, AIIB 부총재로 임명되며 이동걸 산은 회장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홍 회장은 정책금융공사와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구조조정 성공사례로는 팬오션 매각이 꼽힌다.
반면 STX그룹은 물론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팬택 등 구조조정에서는 성과를 올리지 못했고 임기 중 터진 대우조선부실 문제로 산은은 2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때문에 구조조정이 국가적인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홍 부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자신에게 대우조선 부실 책임이 덧씌워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20대 국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됐고, 조만간 조선·해운 분야의 구조조정 관련 청문회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홍 부총재가 불안감을 느꼈을 수 있다.
청문회가 열릴 경우 대우조선의 지원을 담당했던 산은과 당시 산은의 수장이었던 홍 회장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홍 부총재가 미리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또 산은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될 것을 우려해 이를 보호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고재무책임자를 파견하고도 부실을 눈치 채지 못한 산은에 책임이 커 보이면서 홍 부총재도 위기를 느꼈을 것"이라며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억울한 부분에 대해서 토로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산은 관계자는 "이미 자리를 떠난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히 할 이야기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홍 부총재의 인터뷰를 접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개인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대우조선의 신규자금 지원은 산은 등 국책은행과 긴밀히 협의해서 결정된 것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홍 부총재의 주장과 임 위원장의 말 가운데 어느쪽이 진실인지 가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홍 부총재 주장의 진실은 청문회나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