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연비 조작'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폭스바겐이 2년 동안 연비시험성적서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이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판매 등 경영전반에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배출량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아우디폭스바겐 측이 국내에 차량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연비도 조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기식)는 지난 8일 아우디폭스바겐이 2012년 6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관리공단에 제출한 연비시험성적서 48건을 조작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독일 본사에서 보낸 연비시험 성적서를 유효기간인 60일 이내에 한 것처럼 날짜를 꾸미고, 특정 차종에 대한 시험 결과가 없는 경우 다른 차종의 데이터를 공단에 제출한 혐의가 드러났다. 조작된 연비 성적으로 신고한 차량은 골프 2.0 TDI 등 모두 26종이다.
검찰은 한국 지사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이 국내 시장에 차량을 빨리 판매하기 위해 검사 단계를 생략한 것으로 판단, 다음 주부터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또 검찰은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독일과 미국 사법당국에 형사사법 공조도 요청했다.
이에따라 폭스바겐은 한국 시장에서 최근 판매량이 회복세를 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연비 조작 파문까지 겹치면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폭스바겐은 2316대를 판매해 전달(784대)보다 3배 증가했다. 판매량이 한 달 만에 2000대 선으로 회복한 것이다. 단일 모델로 가장 많이 팔린 차종도 폭스바겐의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이었다.
올해 정부에 제출한 리콜 계획서가 잇따라 퇴짜를 맞는 등 불성실한 후속 조치에도 판매량이 견고한 모습이었으나 연비 조작 파문까지 겹치면서 영업에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연비는 자동차의 단위 연료당 주행 거리의 비율로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살 때 고려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디젤차는 상대적으로 높은 연비 효율로 주목받았고, 디젤차가 주력인 폭스바겐도 연비를 앞세워 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비는 배기가스와는 별개 문제로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살 때 중요한 구매 기준 중 하나"라며 "연비를 내세운 디젤차가 주력인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소비자들도 불성실한 후속 조치에 이어 연비 조작까지 터지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7일 폭스바겐의 리콜 계획서를 세 번째 반려하는 등 후속 조치가 계속 미뤄지는 가운데 소송을 진행 중인 피해자들은 폭스바겐그룹 전 회장 등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환경부에는 리콜 대신 환불 명령을 내릴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또 연비 조작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추가로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연비 조작은 허위 과장 광고를 하는 등 소비자를 속인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지면 해당 피해자를 파악해 추가적인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