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처럼 올림픽 열기가 나지 않는 것은 처음이다. 힘 좀 쓰는 실세 정치인이 체육행정을 이끌던 시절엔 눈치 보기 바쁜 기업인들이 수없이 다녀갔는데 이제 그런 시절은 아닌 것 같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불과 두 달여 남겨둔 태릉선수촌이 썰렁하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을 앞둔 예년 이맘때면 주요 인사들과 기업인들의 격려 방문으로 후끈했던 선수촌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무관심으로 태릉만은 엄동설한이다.
3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이날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태릉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임직원들과 함께 마련한 격려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올림픽을 불과 60여일 남겨뒀지만 기업체의 선수촌 방문은 김병원 회장 일행이 처음이다.
김병원 회장 이후로 8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격려차 선수촌을 방문할 예정이다. 정몽규 회장은 올림픽 기간 우리 선수단을 이끌 단장으로 지난 D-100일 때도 선수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따라서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방문 의사를 밝힌 정재계 인사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올림픽 열기가 미지근한 이유는 정부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2012 런던올림픽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D-100일을 맞아 선수촌을 방문해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이 다녀간 뒤로 정부부처와 정치권, 기업들의 격려 방문이 잇따랐다.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28억원의 격려금이 접수됐다.
격려금의 규모를 떠나 각계의 관심과 격려가 이어지다보니 당시 선수들의 사기도 크게 올랐다는 후문이다.
이는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로 이어져 우리 선수단은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종합순위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아직 박근혜 대통령은 선수촌을 다녀가지 않았다. 역대로 대통령이 선수촌을 다녀간 이후 각 계의 방문도 본격화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지만 아직 시기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권의 무관심도 아쉽다. 총선 이후 20대 국회가 막 시작해 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두기 힘든 시기임에는 분명하다.
이면에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의 체육단체장 등에 대한 겸직을 금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권의 체육계에 대한 발길도 멀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렇다 보니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를 봐야하는 기업들은 올림픽이 뒷전일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로 인해 예전처럼 올림픽 마케팅이나 선수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올림픽 금메달 유력 종목으로 꼽히는 한 투기 종목 대표팀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 여러 차례 올림픽을 준비했지만 이번처럼 올림픽 열기가 나지 않는 것은 처음"이라며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경우 올림픽이 아니면 주위의 관심을 받기 힘든데 내색은 안하지만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종삼 태릉선수촌장은 "선수촌장으로 느끼기에 예년 올림픽에 비해 상당히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며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한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부처나 기업의 관심이 중요하다. 많은 격려와 관심이 있다면 선수들의 훈련 사기를 끌어 올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은 230여명 규모가 될 전망이다. 선수단은 금메달 10개와 종합순위 10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