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공 친구에게 내부정보를 제공한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 전직 임원이 미국 뉴욕에서 기소됐다. 수억 달러가 오가는 국제 금융거래에서 정보 보안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바클레이즈의 전직 이사 스티븐 맥클랫치(58)는 친구 개리 퓨지(47)에게 인수·합병(M&A)이 임박한 기업들의 정보를 넘겨준 혐의로 체포됐다. 맥클랫치는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심리를 받고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법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바클레이즈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한 맥클랫치는 배관공인 퓨지에게 2013년부터 펫스마트와 CVS헬스, 듀크에너지 등 최소 10건의 내부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SEC에 따르면 퓨지가 2014년 11월 첫 주식거래임에도 불구하고 펫스마트의 주식 5만9000달러어치를 사들인 뒤 한 달 만에 6000달러의 수익을 낸 사실을 의심해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퓨지는 맥클랫치에게 불법으로 얻은 내부정보를 활용해 약 7만6000달러(약 9074만원)에 달하는 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퓨지는 정보를 제공받는 대신 맥클랫치에게 수천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주고,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맥클랫치의 자택 화장실을 리모델링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M&A 기준으로 바클레이즈는 전 세계 투자은행 가운데 7번째 규모를 자랑하며, 올해에만 총 1240억 달러(약 148조560억원), 67건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만큼 내부정보가 유출될 경우 수억 달러의 부당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내부정보 유출 사건으로 미국에서 사업개편을 진행 중이던 바클레이즈의 명성이 상당히 실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맥클랫치가 클라이언트들과 직접 교류하지 않지만, M&A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IB 부문 고위관료들에게 요약 파워포인트를 제출하는 역할을 해온 만큼 주요정보를 많이 다루는 인물이기 때문에 내부정부 유출방지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검토가 진행될 예정이다.
바클레이즈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바클레이즈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전적으로 지원하겠고 협조하겠다"며 "청렴한 사내문화를 더욱 강조하고 직원들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적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앞으로도 내부거래의 패턴을 분석하고 발견하는 시장감시 기술을 개선해 이번 사건과 같은 사례가 척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