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등돌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형제가 아직도 동거를 하고 있는 회사가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과거 함께 출자해 설립했던 홍콩법인 금호홀딩스(KUMHO HOLDINGS)가 그곳.
금호홀딩스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10년간 한 해를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내는 등 사실상 존재 가치가 없는 곳인 데도 두 그룹이 여전히 동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홀딩스는 중국에서 골프장과 리조트 사업을 영위하는 웨이하이포인트호텔 앤드 골프리조트를 관리하기 위해 지난 2006년 12월 설립된 곳이다.
홍콩 현지 지분출자 현황 확인 결과, 지난해 9월 기준 전체 주식 6447만192주 중 금호그룹 측 계열사 금호리조트가 46.7%, 아시아나항공이 39.2%를, 금호석화 측 계열사 금호개발상사가 14.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호홀딩스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로 편입돼 있다.
세 회사가 출자한 금액은 총 644만 달러, 현 시세로 약 700억원이 넘는 수준이다.
주목되는 점은 금호홀딩스를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설립 초기 몇 년간은 매출 자체가 없었을 뿐더러, 거의 매년 순손실을 내고 있는 것이다.
금호홀딩스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매출이 없었다. 2012년에 와서야 61억원의 매출이 발생했고, 이후 2013년 186억원, 2014년 107억원, 2015년 130억원의 매출을 각각 올렸다.
그러나 매년 적자에 시달렸다.
설립 이듬해 101억원을 시작으로 2008년 39억원, 2009년 114억원, 2010년 88억원, 2011년 67억원, 2012년 112억원, 2014년 54억원, 2015년 1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순이익을 기록한 건 2013년 7억원이 전부였다.
금호홀딩스는 설립 10년간 6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까먹은 셈이다.
금호홀딩스의 총 자본은 2007년 210억원에서 다음 해 751억원까지 늘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지난해 206억원까지 줄어들었다. 현재는 사실상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자산 규모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여 왔다.
2007년 354억원에 불과하던 자산은 2008년 2653억원으로 크게 뛰었고, 이듬해에는 1469억원으로 다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호아시아나 측에서는 금호홀딩스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룹 차원에서 사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금호홀딩스가 자회사로 둔 '웨이하이포인트호텔 앤드 골프리조트'는 중국 웨이하이시에 2008년 10월 개장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금호홀딩스는 해외투자를 목적으로 설립됐고, 웨이하이포인트호텔 앤드 골프리조트를 관리하고 있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로 보유하고 있는 회사"라고 덧붙였다.
금호석화 역시 지분 매각에 대한 기약이 없지만, 금호아시아나와는 이유가 전혀 다르다. 엄밀히 따지면 안 파는 것이 아니라 못 팔고 있는 상황에 가깝다.
사실 금호석화 입장에서는 앞서 금호아시나아와 계열 분리를 한 데다 금호홀딩스가 금호아시아나 계열사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이 지분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금호홀딩스 설립 당시 대주주인 금호리조트에서 출자할 것을 요청해 지분을 참여하게 된 것"이라며 "매년 적자가 났던 회사이기에 이곳에서 어떠한 수익을 낸 바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익이 없어 지난 2012년부터 금호리조트에 지분 처분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 못했고,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금호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앞서 금호아시아나가 금호홀딩스 주주였던 대우건설 지분을 사들인 전력이 있어 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과거 금호아시아나 계열사였던 대우건설은 2007년 3월부터 총 2063만주에 달하는 금호홀딩스 주식을 약 214억원에 사들였다. 그리고는 3년 만인 2010년 169억원에 금호아시아나에 되팔았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과거 지분을 출자했던 대우건설이 보유했던 지분을 되 산 전력이 있으면서도 우리쪽 지분 처분 요청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금호석화는 금호홀딩스 지분을 처분하고 싶지만 금호아시아나가 살 생각이 없어 팔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이미 법적으로 계열분리가 마무리 됐으나, 금호석화는 채권단과의 합의를 어기고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호홀딩스 지분을 되사가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후안무치한 주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