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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입찰비리 '사기죄'…공사계약 자체가 '재산상 이익'

한국전력공사(한전) 입찰비리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기사업자에게 적용된 사기 혐의를 다시 심리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입찰방해, 배임증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주모(4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9년과 추징금 36억816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정입찰에 속은 한전의 처분행위는 공사대금 지급이 아니라 부정입찰 결과에 따라 결정된 낙찰자와 공사계약을 맺은 그 자체"라며 "주씨가 한전을 속여 얻은 이익은 '발주처와 공사계약을 맺은 계약 당사자의 지위'라는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재산상 이익"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씨의 행위에 속은 한전의 처분행위를 공사대금 지급이라고 판단한 원심은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주씨가 저지른 입찰비리는 낙찰자 선정 기준이 되는 최종 공사예정가격과 낙찰하한가 등을 한전 입찰시스템에 부정하게 입력하고 조작해 이를 모르는 한전이 낙찰자 지위 심사와 선정 절차가 이뤄지도록 속인 것"이라며 "한전이 입찰자가 넣은 입찰금액이 부정한 행위 없이 임의로 선택된 가격임을 믿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 중 사기나 사기미수 부분이 파기돼야 하는데 다른 유죄 부분과 함께 하나의 형이 선고돼 유죄 부분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기 위해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낸다"고 밝혔다.

주씨는 한전 입찰시스템을 담당하는 한전KDN에 파견 나온 업무 담당자들과 짜고 전산입찰시스템을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특정 입찰자에게 한전 공사를 부정 낙찰받도록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주씨는 2007년 6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총 89회에 걸쳐 불법으로 낙찰받거나 낙찰받으려고 시도, 한전이 1577억원 상당의 공사대금을 내도록 해 대금을 받은 공사업자들로부터 대가로 약 36억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주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7년과 추징금 36억816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2심은 형이 가볍다는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징역 9년과 1심 같은 추징금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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