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합병을 거부한 주주들에게 제시된 주식매수 가격이 낮게 책정됐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5부(부장판사 윤종구)는 주식회사 일성신약과 소액주주 등이 "삼성물산 측이 제시한 주식매수 가격을 다시 결정해 달라"며 낸 신청 사건에서 주식매수 가격을 주당 5만7234원으로 결정한 원심을 깨고 주당 6만6602원으로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있었던 특수한 사정 등을 주식매수 가격 산정에 고려해야 했다는 점을 근거로 원심 결정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당시 삼성물산 주가가 낮게 형성될수록 이건희 삼성그룹 일가의 이익이 커지게 됐다"며 "이건희 일가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 옛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 등이 이건희 일가의 이익을 위해 의도됐을 수도 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연금공단은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일의 약 2개월 전 삼성물산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도했다"며 "이는 삼성물산 주가를 하락시키거나 상승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공단의 주식 매도가 정당한 투자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배제하기가 어렵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일 이전부터 합병 계획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합병 반대 주주 신청에 따른 주식매수가격의 결정은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일 전일을 기준으로 삼아야하나 이같은 사정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맥락에서 합병계획이 주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할 수 있는 시점인 제일모직 상장 전일인 2014년 12월17일을 기준일로 하고, 주당 가격을 6만6602원으로 결정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를 거쳐 합병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주식회사 일성신약과 소액주주 등은 합병에 반대하며 삼성물산 측에 각자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주식을 살 것을 요구했다.
이에 삼성물산은 일성신약 등에게 '주당 5만7234원이 정당한 가격'이라는 취지의 문서를 보냈다. 이에 불복한 일선신약 등은 법원에 "주식매수 가격을 결정해 달라"는 신청을 냈고, 1심은 지난 1월 "삼성물산 측이 제시한 가격은 정당하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