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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법, 입법취지 대체로 공감…"부작용 최소화해야"

국민권익위원회가 24일 개최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은 입법 취지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행령 입법예고안은 공직사회의 청탁·알선, 금품수수, 직무의 사적 남용 등 근절해야 할 관행을 없애고 국가의 대내외적 신뢰를 회복·증진하기 위한 종합적인 통제장치로서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전반적으로 잘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그러면서 "허용 가액과 외부강의 사례금의 상한액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부정 청탁을 받은 공무원에 대한 조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신고·처리 절차를 규정함으로써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강 교수는 직무 관련 외부강의료 상한액 설정과 관련해서는 "공무원이 본래 직무가 아닌 강의 등에 대한 대가의 형식으로 사례금 내지 뇌물을 수수하는 관행을 없애기 위한 것인데, 공직자 범위에 사립학교 교원이 포함되면서 일괄적으로 적용받게 됐다"며 "강의 자체가 직무가 되는 사립학교 교원에 대해서는 강의료를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직무 관련 외부강의료의 상한액을 설정한 바 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된 외부 강연 시 일정 금액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의 경우 직급별로 시간당 상한액이 설정됐다. 장관급 50만원, 차관급 40만원, 4급 이상 30만원, 5급 이하 20만원 등이다. 다만 1시간을 초과해도 추가 사례금은 직급별 시간당 상한액의 2분의 1까지만 받을 수 있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은 직급 구분 없이 시간당 100만원이 한도다. 공무원처럼 1시간 초과 시 시간당 상한액의 50%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약은 없다. 그러나 공공기관 위원 등으로 참여하면서 공무와 관련된 강연을 할 경우에는 1회 100만원으로 제한된다.

김성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치주의 실현의 가장 큰 장애물은 돈으로 뭔가를 해결할 수 있다는 '돈치', 인맥을 동원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치'"라며 "김영란법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모두 규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 실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사각지대로 법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법 적용 대상이 되는 기관들은 엄격한 자체 윤리강령을 마련해야 하는데, 시행령 입법예고안은 '윤리강령을 내부 규정으로 정할 수 있다'고 한다. '정할 수 있다'를 '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유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고 및 처리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공공기관에 대한 제재 조치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위원은 "신고 및 처리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기관에 대한 제재조치가 없어 실효성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또한 "시행령 제8조는 과태료 부과 결정이나 징계처분이 확정된 경우 세입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사립학교 및 그 법인, 민간 언론사의 경우 세입조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재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이사는 "김영란법 취지 자체에 대해서는 교육계도 동의할 것"이라면서도 "사립학교 교원과 학교법인 종사자들은 공무원이 아닌 사인(私人)으로, 민간 영역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원들은 이미 강력한 규정을 적용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나친 제약은 정당한 교육 활동의 위축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농축수산업계와 화훼업계, 중소기업 관계자 등도 법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음식물·선물 상한액 등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김홍길 한국농축산연합회 운영위원은 "맑은 나라, 투명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든다는 입법 취지에는 전적으로 지지하며 동참한다"면서도 "좋은 취지의 법이라고 해도 오히려 '수입농산물 장려법'이 될 수 있다.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상황이 올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정수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국내의 열악한 1차 산업 위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강행된다면 우리 경제에 과연 어떤 문제가 생길 지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국내산 농축수산물에 대해서는 예외로 하고, 만약 이게 어렵다고 하면 상한액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연홍 한국화훼협회 부회장은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부패순위는 지난해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사회에 만연한 부정청탁을 뿌리 뽑겠다는 법 취지에는 농업인 뿐만 아니라 국민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규제의 화살이 엉뚱하게 농업계, 특히 화훼업계가 타겟이 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곽형석 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은 "선물 품목에 예외를 둬야 한다는 말씀들이 있는데 전 세계의 어느 규범도 특정 품목을 빼지 않고 있다"며 "김영란법이 제정된 근본적인 취지상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앞으로도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서 합리적인 가액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을 더 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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