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와의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외국인 자본유출 등이 우려되면서 한은이 쓸 수 있는 통화정책 여력에 제한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충격 가능성은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마디로 내리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안 내리자니 국내 상황이 여의치 않은 형국이다.
24일 국내외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4월 회의록 공개 이후 미국의 6월 금리인상 전망은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연준 위원들이 "2분기 경기 회복세가 일치하고, 고용시장이 개선되면서 물가가 목표치인 2%를 근접해가면 6월 금리를 올리는게 타당하다"며 6월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더욱이 미 지역 연방은행 총재 등 연준 관계자들이 잇따라 '매파적(긴축 선호)'인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도 6월 미 금리인상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미 경제 지표가 어떻게 나올지에 달려있긴 하지만 (금리인상) 조건 대부분이 충족되기 직전"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에서도 미 금리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상승(가격 약세)세를 나타내며 최근 1.77%에서 1.90%로 올랐고, 이달 초 1.41%까지 하락했던 국내 채권금리도 최근 1.47%까지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도 달러화 강세의 영향 등으로 지난 20일 119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은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한은의 6월 금통위는 다음달 9일로 미 FOMC 회의(15일 개최)에 앞서 열린다. 만약 미국이 이번 FOMC에서 금리를 올리게 되면 우리나라 금리와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국내에 유입됐던 외국인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갈 우려가 크다.
가뜩이나 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경계감이 커진 국내 금융시장에 미 금리인상 이슈까지 더해지게 되면 충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한은으로서는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 한은의 6월 금리인하를 어렵게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금리를 묶어놓고 있자니 한은에 대한 기업 구조조정과 경기부양 지원 압박이 크다. 기업 구조조정의 '실탄' 마련을 위한 방안으로 국책은행에 대한 자본확충 요구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경기부양 차원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미 금리인상과 관련된 경계심이 커지면서 국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인식이 이제 타이밍의 문제에서 실행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옮겨지고 있다"며 "연준발 금융시장 불안이 재개되면 통화정책의 최대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변수는 있다. 미국의 6월 금리인상이 미뤄지거나, 금리인상이 단행되더라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제한될 경우다. 이렇게 되면 한은의 금리조정에는 여력이 생기게 된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예상된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대부분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라며 "6월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단행되더라도 시장에서 이미 예상했다면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변화가 한국 등 글로벌 중앙은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부터 선진국 통화정책과의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며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수출과 물가 등 대내외 요인에 따라 좌우될 것이고, 연내 적어도 한차례 이상의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