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서울대병원장 인사가 임박했다. 신임 서울대병원장에는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서창석 산부인과 교수가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 원장의 임기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 발표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현 원장인 오병희 순환기내과 교수의 임기는 오는 30일 종료된다. 오 원장은 내주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 동행할 예정이라 인선이 더 지연될 경우 업무 인수인계 등 관련 일정이 촉박해질 수 있다.
임기 3년인 서울대병원장은 이사회가 후보 2명을 선정해 명단을 교육부로 보내면 교육부 장관이 1명을 제청해 청와대가 지명하는 방식으로 선임된다.
서울대병원 이사회는 지난달 12일 연임에 도전한 오병희 순환기내과 교수와 이번에 첫 도전하는 서 교수를 교육부 장관에게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후보 선정을 위한 투표에서 서울대병원 이사회 총 9명 가운데 오 원장을 제외한 8명의 절반 이상이 서 교수에게 투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교수는 산부인과 전문의로 분당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그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과장으로 승진한 뒤 지난 2014년 9월부터 청와대 주치의를 역임했다.
서 교수는 1961년생으로 현 원장인 오 교수보다 8살이 적고 병원장 경험이 없다. 서 교수는 지난 2월말 청와대 주치의를 돌연 사임한 뒤 서울대병원장 출마를 선언했다.
서 교수의 주치의 사임으로 박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와 이란 순방 등의 일정을 주치의 없이 소화하기도 했다.
차기 원장 인선과 관련해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에서 상대적으로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서 교수 쪽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의식해 청와대가 최종 검토를 지체하고 있거나 여론 추이를 보며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서울대병원장이 임명하는 분당서울대병원장이 이미 특정 인사로 내정돼 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이를 둘러싼 의혹 섞인 시선도 있다.
새누리당이 예상 밖으로 4·13 총선에서 참패하고 이후 여권의 혼란상이 좀체 수습되지 않아 국정 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다. 게다가 총선 이후 한국전력공사 감사에 이성한 전 경찰청장과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을 선임하는 등 각종 낙하산 인사로 이미 여론과 언론의 질타를 강하게 받은 바 있다. 청와대가 차기 서울대병원장 발표를 주저하고 있는 한 배경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서 교수의 경험과 전문성을 볼 때 다른 낙하산 인사와 동일선상에 놓고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병원내 부정적 시선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상태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서 교수가 서울대병원 본원 교수가 아니었고 대통령 주치의를 했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사실상 낙하산 인사"라며 지난달 12일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서울대병원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전통적인 도제식 또는 서열 문화가 남아있다는 특성이 서 교수에게 불리하다는 관측도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의 규모가 크고 과별로 독립성이 강한 병원 문화를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어린 서 교수가 선배들을 다루기 쉽지 않으리라는 견해가 제법 있다"며 "선후배 사이의 연결 고리가 강한 편이기 때문에 원장이라고 힘을 발휘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워낙 대통령이 (차기 원장을) 내려찍는다고 생각해 성명을 냈던 것"이라며 "서 교수를 낙하산으로 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