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양보다 질'을 선호하는 소비트렌드가 주류업계에까지 번지면서 지난해 소비된 알코올음료량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CNBC는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분석을 인용해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등 전통적으로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들을 중심으로 알코올음료 판매량이 17억ℓ(0.7%)나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소주병(360㎖) 기준으로 약 47억병에 해당하는 양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판매량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곳은 시장 성장이 기대됐던 중국(-3.5%)과 브라질(-2.5%), 동유럽 지역(-4.9%)이었다.
알코올음료 물량으로만 봤을 때 13억70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중국은 단연 세계에서 큰 시장이며,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전 세계 3번째로 큰 술 시장이다.
또 인구에 비해 가장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곳 중 하나인 맥주의 나라 독일의 판매량도 1.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독일과 러시아를 포함한 1인당 알코올음료 섭취량이 가장 많은 10개국 중 9개국의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유로모니터는 "지난 10년 이상 알코올음료 섭취량이 꾸준히 늘어왔지만, 지난해 전반적인 경제 불황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나라들을 중심으로 급감한 판매량이 전 세계 판매량을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반면 북미지역의 알코올음료 판매량은 2.3% 늘어나고, 서유럽과 오세아니아 지역은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독주를 선호하면서 전체적인 술 판매량이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알코올음료의 소비트렌드가 도수가 높고 가격이 비싼 싱글몰트 위스키 등 프리미엄 음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모니터의 스피로스 말란드라키스 수석연구원은 "성숙한 서방국가의 20~30대를 중심으로 알코올음료에 대한 소비트렌드가 세련되고 이국적이지만 적당히 마시기에 무리가 없는 술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단순히 취하기 위해 마시던 음주 문화가 대화를 즐기는 음주 문화로 성숙하고, 한잔을 마시더라도 음미하며 좋은 술을 마시고자 하는 트렌드에 따라 잔술로 즐길 수 있는 싱글 몰트 위스키 애호가들이 급증한 바 있다.
반면 럼과 보드카같이 싼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술의 판매량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무알코올 맥주의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맥주 판매량이 줄어들기도 한 것으로 집계됐다.
말란드라키스 수석연구원은 "사전 조사에 따르면 올해에는 알코올음료 판매량이 회복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역사적 트렌드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비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