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사망보험 특약에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계약의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다'는 약관 조항에 대해 대법원이 지급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12일 자살한 박모씨의 부모가 K생명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해사망특약은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하거나 장해상태가 됐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고의에 의한 자살이나 자해는 재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논란이 제기돼 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 사건 약관은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됐다면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이해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박씨는 2012년 2월 충북 옥천의 철도 레일에 누운 상태로 화물열차에 치여 숨졌다. 수사기관은 박씨가 신변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후 박씨의 부모는 박씨가 2004년 가입한 보험을 근거로 보험사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가 '고의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며 재해사망특약에 따른 5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이에 1심은 "'2년 후 자살' 규정은 고의로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쳤거나 고의로 자살한 경우더라도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후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며 박씨의 부모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재해특약에 규정된 면책제한조항은 재해특약의 취지, 약관 제정 경위 등에 비춰볼 때 '잘못된 표시'에 불과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