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과 중진 핵심 유기준 의원이 28일 원내대표 출마 문제를 놓고 충돌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이제 악연으로 돌변하는 양상이다.
먼저 유기준 의원은 해양법전문 변호사 출신으로 2004년 17대 총선 때 부산 서구에서 당선되며 국회에 발을 들였다. 유 의원의 친박 행보는 2007년부터 시작된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변인에서 물러나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당시 유 의원과 공동대변인을 맡고 있었던 이가 바로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를 준비중인 나경원 의원이다.
2007년 박근혜 캠프 핵심은 김무성 유승민 이혜훈 의원 등 3인방이었다. 최경환 의원도 종합상황실장을 맡고 있었지만 3인방에 밀려 존재감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두 의원은 '박근혜 후보 만들기'에 힘을 서로 보탰다.
이후 유기준 의원은 2008년 18대 총선 공천에서 친이계의 '친박계 공천 학살'에 걸려 낙천했다. 유 의원은 곧바로 한나라당을 탈당해 '친박 무소속 연대'에 합류해 당선됐다. 18대 총선 탈락 직후 당시 박근혜 전 대표는 유 의원에게 위로 전화를 걸어 "살아서 돌아오라"고 했다. 이때 유 의원과 함께 친박 무소속 연대를 이끈 인사가 김무성 전 대표다. 두 사람은 부산에서의 친박 바람을 일으키는 데 의기투합했다.
반면 최경환 의원은 친박계 핵심 인물이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도 신뢰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최 의원을 친박계 현역 중에서는 유일하게 인수위에 참여시켰다. 친박계 학살 공천 속에서도 최 의원은 살아남았고,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산업부 장관도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두 사람은 다시 여당의 음지와 양지로 나뉘어 있었던 것이다.
이후 2012년 대선 때 친박계 핵심 자리는 최경환 의원이 차지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친박계 좌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이 탈박을 선언한 반대급부였다.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친이계의 지지를 받아 원내대표에 출마해 당선됐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정치적 목숨을 걸었던 세종시 논란에 있어서도 친이계 편에 서며 박 전 대표에게 등을 돌렸다.
구심점이 빠져 나간 자리를 차지한 최 의원은 이때부터 친박계의 핵심 중 핵심으로 부상했다. 유기준 의원도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다시 두 사람 사이가 한 목표를 향해 가까워진 것이다.
그러다 유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첫해인 2013년부터 윤상현·홍문종 의원과 함께 당내 친박계 의원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을 이끌었다. 지난해 2월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돼 그해 11월까지 박근혜 정부에서 일하는 등 명실상부한 친박계의 핵심 중진으로 자리매김했다.
최 의원도 경제부총리를 역임하며 박근혜 정부에서 핵심 중 핵심이 됐다. 이처럼 내각에서 한솥밥을 먹던 두 사람은 당으로 돌아와 비박계 '김무성 대표' 체제를 견제하는 역할을 최근까지 해오며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이번에 원내대표 선출 건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친밀한 관계 여부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