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에 속아 은행에서 인출한 돈을 아파트에 보관하려던 50대 여성이 은행 직원과 경찰의 도움으로 피해를 면했다.
28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께 광주 서구 금호동 한 아파트에 사는 A(56·여)씨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A씨는 "당신 명의로 두 달째 택배가 반송되고 있다. 계좌 번호와 개인 정보가 유출됐으니 통장에 있는 돈을 인출해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넣어두라"는 우체국 직원을 사칭한 남성의 말을 들었다.
A씨는 전화 통화를 이어가며 은행으로 향했다. 은행 창구에 있던 한 직원은 다급한 표정으로 예금을 해약해달라는 A씨의 모습을 수상히 여겼다.
직원은 오전 11시께 허둥대던 A씨가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것을 보고 보이스피싱임을 직감, 과장에게 보고한 뒤 시간을 끌었다.
이어 일주일에 3차례 은행을 찾아와 '보이스피싱 의심 사례가 있으면 신고해달라'는 서부경찰서 강력 2팀 김현아 경위의 당부가 떠올랐다. 직원은 김 경위의 명함을 보고 곧장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A씨는 현금 3200만원을 인출해 은행을 떠난 뒤였다. A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통화 중이었다.
경찰은 곧장 은행 직원에게 A씨의 집 주소를 확인, 금호동의 한 아파트를 찾았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안내에 따라 인출한 돈을 복도 소화전에 넣으려던 A씨를 발견,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자신의 정보와 계좌번호가 유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A씨의 사례처럼 보이스피싱 일당이 수사·금융·공공기관을 사칭하며 집까지 찾아와 돈을 직접 가져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피해 예방을 도운 은행 직원들에게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광주에서 총 4건의 절도형 보이스피싱 발생 신고가 접수됐다. 이중 경찰이 3건을 예방했으며 1건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