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2·3선 도시에 인접한 농촌소비시장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6일 '중국 소비시장의 변화와 대응방향'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최근 10년 동안 농촌 주민의 소비증가율과 평균소비성향은 도시 주민의 수준을 초과하고 있으며 품목별 소비패턴도 도시주민의 패턴을 빠르게 닮아가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최근 도시화의 진전이 빠른 2·3선 도시에 인접한 농촌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소비배율(도시주민 소비/농촌주민 소비)은 2003년 3.4로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감소하고 있다. 1인당 소비증가율에서도 농촌 주민이 도시 주민을 전반적으로 앞지르고 있다.
특히 2·3선 농촌 소비시장의 1인당 소비증가율은 2002~2014년 동안 연평균 13%에 달했고 도시지역 중에서도 2·3선 도시주민의 소비증가율이 연평균 11%로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농촌 지역의 소비를 진작시키지 않고서는 내수 주도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대대적인 농촌 소비확대 정책을 추진해 온 배경이다.
농촌주민이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구매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가전하향(家電下鄕)과 자동차하향(汽車下鄕), 향급·촌급 농촌지역에 도소매 농가점을 보급하는 만촌천향(萬村千鄕), 백 개의 대형유통 기업을 육성하고 백 개의 도매시장을 농촌에 건설하는 쌍백공정(雙百工程) 등이 대표적 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농업소득 증가, 도시 취직 농민공의 송금에 따른 이전소득 증가, 도시 소비문화의 농촌 확산 등이 농촌 주민의 소비 급증에 기여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품목별 구성을 살펴보면 교육·문화·오락 부문을 제외한 전 품목에서 농촌주민의 소비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농촌지역의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 자동차와 휴대폰 구매에 따른 교통·통신비 증가, 생활가전 중심의 가정·설비·내구재 보급확대가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가 공략해야 할 소비시장으로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중국의 농촌지역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우선 알리바바의 '농촌 타오바오' 등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이용해 화장품, 의류 등은 물론 대형 가전, 주방용 가전, 생활용품, 가공식품 기업들의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농촌 지역의 온라인 쇼핑은 사실 오프라인 서비스센터 운영자의 상품 추천과 구매대행 기능이 강하게 개입되는 만큼 온라인 플랫폼 뿐 아니라 각 지역의 서비스센터들도 적극적인 마케팅과 홍보 대상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입점 상품구성의 차별성과 각 지역별 소비시장에 대한 분석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진국 연구위원은 "2·3선 소비시장은 도시민과 농민공, 대체수요와 신규수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매수요 등 다양한 차원의 이질적 수요가 혼재한다"며 "동일 품목 내에서도 가격과 품질 면에서 다양하고 차별화된 제품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는 현지 유통기업과 국내 소비재기업, 이들을 잇는 물류기업 간 대중국 수출 협업체계로 발전돼야 한다"며 "각 지역별 소비시장에 대한 조사와 분석 기능 강화를 위해 각 유통채널과 세부 품목별로 판매현황을 수집하는 민간시장조사 업체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의 구체적 면면을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