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류가격의 하락폭은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류제품에 부과되는 세금인 유류세 인하 요구가 다시금 정유업계와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제유가 가운데 두바이유의 경우지난 2014년 9.5일 기준으로 배럴당 100.05달러였으나 19개월이 지난 올해 3월24일 현재 36.04달러로 약 65% 하락했다.
반면, 같은기간 동안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천825.9원에서 1천357.4원으로 약 26% 하락하는데 그치는 등 국제유가의 하락폭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유업계와 국내 소비자단체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현행 유류세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데서 요인을 찾고 있는데 비해, 정부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유류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 아니며, 유류세라는 안정적인 세수를 통해 경기활성화를 유도하는 만큼 유류세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2.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영록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유류세 인하 질의에 대해 유류세 변경은 적절치 않다고 답한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현행 유류세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및 자동차세가 종량세 방식을 취하고 있는 등 고정적인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목했다.
실제로 휘발유와 경유의 경우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인 각각 64.0% 및 56.6%에 달하는 등 유류 가격 구성에 있어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기고 있는데다, 유류세 가운데서도 주요 세금이 종가세가 아닌 종량세로 부과되고 있어 세금 탄성비가 극히 낮은 실정이다.
결국, 유류세 인하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유류세 인하분에 해당하는 만큼 가계부분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하게 되는 등 소비진작에 도움이 되고, 기업의 생산원가를 절감시키는 효과가 나타나는 등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의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와달리 유류세 인하 반대론자들은 유류세를 인하 하더라도 유통과정에서 중간이윤으로 흡수되는 경우 실제 소비자 판매가격의 인하효과는 반감되며,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어 국가재정 안정성이 저해되는 한편, 유류소비의 증가로 환경오염·교통혼잡 등의 외부 불경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유류의 소비자 판매가격 및 유류세 비중을 타 국가와 비교할 경우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은 17위, 경유는 20위<3월 4째주>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반면 유류세 인하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OECD 국가의 소득수준과 우리나라의 소득수준을 고려하면 오히려 매우 높은 수준임을 강변하고 있다.
이와관련, 입법조사처가 유류세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또 하나의 지표인 국가의 1일 1인당 소득 대비 유류비 비중을 수치화한 ‘유류비 고통 순위지표(gas pain ranking)를 살핀 결과, 2015년 2분기 현재 조사대상 60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휘발유의 경우 36위를 차지하는 등 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은 아닌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그러나 한 국가의 유류세 수준의 적정성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소득 수준 대비 유류비 비중 외에도 국가별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른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