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성추행 교수로 몰리자 오히려 제자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한 전 고려대학교 교수가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최규일)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고려대 교수 A씨의 제자 B씨에 대해 피고인들과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각각 벌금 300만원과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고려대 대학원 여학생 2명은 지난 2012년 "A씨가 논문 지도과정에서 성희롱과 고가의 선물을 요구했다"며 교내 양성평등센터 조사위원회에 신고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A씨를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이는가 하면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이에 A씨는 총학생회의 기자회견이 예정된 날에 "피해 여성이 주장한 해외여행 강요, 고가의 선물 강요 등은 꾸며낸 이야기"라고 적힌 보도자료를 기자 2명에게 배포했다.
A씨 등은 해당 보도자료에 여성들의 이름을 영문 이니셜로 표시하되 나이와 신분을 알수 있는 정보도 함께 적었다.
A씨는 이후 인터넷뉴스 기자의 전화를 받고 "피해 여학생이 가짜 눈물을 흘려가며 신체적 접촉을 시도했다. 심지어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거짓자료를 만들었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결국 A씨 등은 여제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배포한 보도자료는 피해자들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상세했고, 피해자들이 성추행·성희롱 했다는 증거도 없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또 A씨등은 "보도자료엔 피해자들의 이름이 특정되지 않았고, 기재된 내용도 모두 사실"이라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원심과 다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보도자료에 피해자들의 이름을 영문 이니셜로 표기했지만, 당시 해당 학과 대학원생 가운데 피고인 A씨와 중국여행을 다녀온 것은 피해 학생들이 유일했다"며 "보도자료에 나온 나이와 신분 만으로도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론 피해자들이 피고인 A씨를 성추행 했다거나 성희롱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이 공모해 허위사실로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