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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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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당한 여군 진술 삭제 지시한 육군 대대장…法 "견책 정당"

성희롱을 당한 여군에게 진술 삭제를 지시하고 고충상담을 방해한 육군 대대장에 대한 견책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김병수)는 육군 대대장으로 복무한 김모씨가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 2014년 육군 소속 대대장이었던 김씨의 대대에서 병사인 A(22)씨가 여군 소위 B(24)씨를 성희롱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B씨는 대대의 인사장교에게 "A씨가 머리를 쓰다듬고 야전상의를 입히려 했으며 엉덩이를 만졌다"고 말했다.

이 사단의 징계위원회는 그해 11월 A씨에게 '상관모욕'으로 영창 15일의 징계를 결정했다.

하지만 법무부 소속 인권담당 군법무관은 징계명이 '성적문란행위'로 수정돼야 하며, B씨의 진술이 빠져있어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징계위는 징계명을 '성적문란행위'로 바꾸고 B씨의 진술을 포함해 영창 15일의 징계를 의결했다.

그 사이 대대장이었던 김씨는 한미연합군사령부 소속으로 전출됐고, B씨는 이듬해 초 여성고충상담 장교에게 사건 처리에 대해 토로했다.

한미연합군사령부는 지난해 4월 김씨가 절차상 직권을 남용했고 적절하게 사건을 처리하지 못했다며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사령부는 "김씨는 A씨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진상조사 과정에서 B씨에게 잘못된 조언을 하거나 진술서에 중요 내용을 삭제하게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국방부 항소심사위원회에 항고했고, 국방부장관은 지난해 7월 견책으로 징계를 감경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는 대대장으로서 수사와 징계절차의 공정한 진행, B씨의 고충 상담을 방해했다"며 "징계는 장교에 대한 가장 가벼운 견책에 불과해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B씨에게 "여성고충상담관에게 '엉덩이를 만졌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 사실과 엉덩이를 만진 혐의를 진술서에서 제외하도록 지시한 것은 정당한 징계사유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성고충상담관 제도는 군 부대원이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돼 있는 현실에서 성희롱 등 피해를 엄정히 조사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실제 B씨는 대대의 유일한 여자 장교로 고충을 상담할 여성이 없었다"면서 "B씨가 자신의 고충을 상담할 수 있는 창구를 차단 당한 것으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엉덩이를 만진 혐의가 적힌 진술서를 폐기하고 나머지 혐의만 기재된 진술서를 다시 작성하라고 지시한 것은 B씨의 의사에 반한다"며 "해당 혐의를 진술서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해 수사기관과 징계기관이 조사할 수 있는 단서를 없애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김씨가 군단장에게 보고하지 말라고 한 것은 징계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의 요청에 따라 군단장에게 알리는 것이 적절한지 자신의 의견을 밝혔을 뿐 위법하게 권리를 침해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헌병대 조사가 개시된 상황에서 B씨의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군단장이 수사나 징계 절차에 개입할 경우 공정한 조사가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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