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였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21일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후 처음 법정에 출석해 자신의 무죄를 적극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증인에게 직접 질문을 하는가 하면, 검사에게 목소리를 높여 화를 냈다가 혼자 웃기도 하는 등 보기드문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이날 열린 홍 지사와 윤 전 부사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차 공판은 금품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53)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홍 지사 측근 모 대학 총장 엄모씨 등에 대한 증인신문으로 진행됐다.
엄씨는 이날 법정에서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해 '네가 경선캠프에서 살림하는 친구랑 같이 (그 돈) 썼다고 하면 안되겠냐. 그게 저쪽 뜻인거 같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홍 지사와 상의한 일이냐'는 검찰 측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어떻게든 역할을 해야겠는데 나만큼 윤 전 부사장을 잘 아는 사람이 없으니 더이상 문제가 확산되지 않도록, 둘다(홍 지사와 윤 전 부사장) 안 다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얘기했다"며 "윤 전 부사장과 20년을 형, 동생으로 지냈다"고 답했다.
윤 전 부사장에게 건넨 말에 대해서는 "아이디어는 정장수(홍 지사의 비서실장)가 줬던 걸로 기억한다"며 "정치권에서 일반적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이 질문 과정에서 검찰은 비서실장을 수행비서로 착각했고, 홍 지사는 "검사가 사안을 모르고 질문하나"라며 화를 냈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내가 엄중한 시점이고 녹취할 수도 있으니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며 "그러자 그때 증인이 '나하고 20년지기인데 그렇게까지 안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래서 내가 검사 입회하에 녹음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라고 강조했다.
또 "그런데 왜 검찰이 정장수는 조사를 안했을까. 이해가 안되네"라고 말하며 허허 웃기도 했다.
이에 홍 지사 변호인이 "질문만 하시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앞서 홍 지사는 이날 오전 윤 전 부사장과 엄씨의 통화녹음 파일을 '불법증거'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 근거로 녹음된 통화시각이 성완종리스트 특별수사팀 소속 부장검사가 윤 전 부사장을 면담하던 시간대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재판부는 비공개 공판에서 증거능력 인정이 안된 해당 녹음파일을 엄씨에게만 이어폰으로 듣도록 하기도 했다.
논란이 된 녹음파일을 법원이 과연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홍 지사 측 주장대로 윤 전 부사장이 검찰 측의 권유로 녹음을 하게 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전화를 하게 해놓고 대기하고 있다가 녹음을 하게 했다면 증거능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