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억여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홍원식(66) 회장이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시철)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홍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원심을 깨고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상속세와 증여세 등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고 차명 주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신고나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홍 회장과 함께 기소된 김웅(63) 전 남양유업 대표에게도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친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이 살아있을 때부터 남양유업 지배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장기간 차명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주주로서 영향력을 이용해 직원들에게 차명주식을 관리하게 하는 등 투명성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할 자본주식시장에서 상당히 긴 기간 차명 거래가 이뤄져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수사 초기 단계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으며 남양유업 지배권을 위해 차명주식을 획득했을 뿐 주가 시세를 점하는 등의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2013년 차명주식을 모두 실명으로 전환해 위법한 상황은 현재 모두 회복됐고 관련된 세금과 공과금은 전부 정리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73억원 상당의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52억여원 재산에 대한 증여세 포탈은 2007년 당시 홍두영 회장이 홍원식 회장에게 증여를 한 의사의 합치가 확인되지 않아 홍원식 회장에게 증여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홍원식 회장이 남양유업 관련 차명 주식을 보유했던 것은 맞지만 현금이 아닌 대부분 수표로 추적을 통해 확인했고, 그중 일부는 실명도 있었다. 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자본시장법 위반을 넘어 세법상 사기 등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김 전 대표의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선임한 감사가 업무를 정상 수행해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당연하며 급여 중 일부분을 홍두영 회장에게 줬다고 해도 개인 사이의 문제로 횡령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상속세 포탈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며 홍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주주로서의 영향력을 이용해 직원들에게 자신의 차명 주식계좌를 관리하게 하고 치밀하고 은밀하게 조세포탈이 이뤄졌다"며 "다만 차명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하고 그에 따른 세금 및 가산세 등 395억원을 모두 납부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홍 회장은 2007년 11월 남양유업 창업주인 고 홍두영 명예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자기앞수표 52억여원을 증여받고 미술품 거래 등을 통해 증여세 26억여원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남양유업 직원 명의로 보유하던 차명주식에 대한 상속세 41억여원을 포탈하고, 직원 명의로 개설한 증권위탁계좌를 이용해 남양유업 주식을 팔아 얻은 32억여원의 양도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6억50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았다.
이밖에 차명 주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신고나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혐의(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았다.
조사결과 홍 회장은 남양유업 직원 45명 명의로 주식 19만2193주를 보유하고 직원 명의로 자사 주식 352주를 새로 매수하는 과정에서 3차례에 걸쳐 금융감독위원회와 거래소에 주식 대량보유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대표는 홍두영 회장과 공모해 남양유업 퇴직자를 감사로 선임하는 등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가장해 2005년 4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회삿돈 6억9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