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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리 부모 서로 "아들 결백" 주장

'이태원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36)과 당시 범행 현장에 패터슨과 함께 있었던 에드워드 리(36)의 부모들이 법정에서 서로 자신의 아들의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해자 조모(사망 당시 22세)씨의 유족들에게 사죄의 뜻을 표하면서도, 아들들의 결백을 호소했다. 그 과정에서 패터슨 친부모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 심리로 열린 패터슨의 살인 혐의 9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패터슨의 친아버지 A씨는 "피해자 조모(사망 당시 22세)씨와 유족들에게 깊은 유감의 말을 드린다"면서도 "아들(패터슨)은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사건 발생 직후 패터슨은 미군범죄수사대(CID)의 연락을 받고 자발적으로 임의 동행했다"며 "패터슨에 대한 CID 조사는 강압적이었고, 왜곡된 진술로 조서를 작성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CID는 당시 익명의 살인사건 제보전화 녹음기록, 패터슨 조사 영상 기록물이 있음에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은 증거들은 반드시 제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CID는 패터슨이 과거 폭력 조직에 속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기록을 미국으로부터 받았음에도 수년 동안 제공하지 않았다"며 울먹였다.

이에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패터슨도 아버지와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A씨는 이어 "출국하기 전 출입국관리소 등에 미국으로 출국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물었다"며 "패터슨이 추방 명령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으로 떠나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미국으로의 도피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A씨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패터슨의 친어머니 B씨도 "유족들의 마음 천만번 억만번 이해한다고 말하면 믿어줄지 모르겠지만 정말 (진범이)아니다"라며 "아닌 건 아닌 것이다. 아들(패터슨)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B씨는 "아들은 온순하고 사랑이 많은 아이"라며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울먹였다.

반면 패터슨 친부모에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에드워드 리(36)의 아버지 이모(61)씨는 "리에게 (진범이) 맞으면 자백하라고 무수히 말했다"며 "리는 결단코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어 "피해자 유족 앞에서 괴롭다고 얘기하는 것은 사치"라며 "진실이 밝혀져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기다리겠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날부터 오는 15일까지 패터슨에 대한 재판을 4일 연속 집중 심리한다. 다음 재판에서는 피해자 측 진술, 서증 조사 등 증거 조사에 주력한 뒤 이르면 이달말 또는 2월 초께 이 사건 선고를 내릴 방침이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검찰의 공소장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기존 공소장에서 리가 주범 또는 공범임을 암시하는 듯한 취지의 일부 문구들을 정리, 삭제하고 적용 법조를 정리했다.

이에 변호인은 "공소장 변경이 지연돼 방어권이 침해됐고,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기존 공소사실과 기초적 사실 관계를 달리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패터슨은 1997년 4월3일 오후 10시께 서울 이태원 소재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한국계 미국인 리와 함께 대학생 조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패터슨은 지난 9월23일 송환된 이후부터 법정에 서기까지 줄곧 "범인은 (에드워드) 리"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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