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5.24. (토)

기타

WTI 34달러선 붕괴, 브렌트유 11년내 최저 파장

국제유가가 신년벽두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갈등과 북핵실험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 악재들이 겹치면서 거침없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일(현지시간) 2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날보다 2.0달러(5.6%) 떨어진 배럴당 33.97달러를 기록해 34달러선까지 무너졌다. 이는 2008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내년 2월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전일대비 2.19달러(6.01%)나 떨어진 배럴당 34.23 달러로 마감해 35달러선 방어에 실패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35달러 아래까지 추락한 것은 2004년 6월30일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찰스스탠리사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제러미 뱃스톤-카는 6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해 지역 원유생산업자들이 유가가 배럴당 35달러를 기록하자 진짜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35달러선이 무너지고 34달러선까지 가격이 주저앉으면서 생산업자들의 고통이 더 커지게 됐다는 이야기이다. 그는 브렌트유가가 올해 내내 배럴당 3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WTI는 배럴당 20달러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이미 골드만삭스 등에 의해 제기된 상황이다.

스위스 제네바 소재 원유거래사 군보르의 연구책임자 데이비드 파이피는 6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가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사우디와 이란 간의 갈등악화를 꼽았다. 그는 "사우디와 이란 간의 갈등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 간의 (원유생산량 조절)협력 가능성을 관에 넣어 못을 박았다" 고 말했다. 즉 사우디와 이란이 석유시장에서 서로 경쟁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이야기이다. 그는 "올해 사우디와 다른 오펙 회원국들이 (원유)수출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비오펙회원국들의 원유 생산량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도 시장에 공급되는 일일 원유량이 수요량에 비해 약 200만 배럴 많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해 시장점유율을 고수하기 위한 전략에 따라 하루 평균 1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현재 상황에서 생산량을 줄이게 된다면 국제제재해제로 시장에 복귀하는 이란에게만 유리해질 뿐이라는 것이 사우디 정부의 판단인 듯하다.

중국 경기둔화 역시 원유시장의 악재다. 덴마크 작소은행의 상품전략부문 책임자인 올레 한센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원유 공급과잉 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기둔화와 위안화 가치하락에 따른 수요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 분석가들 대다수는 올해 유가가 하락하다가 하반기 또는 연말쯤에는 비오펙국가들의 공급량 감소로 인해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공급량 감소가 이뤄져 시장이 균형을 되찾을 수있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FT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공급과잉을 주도했던 미국 셰일유 생산자들은 가격 추격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비교적 잘 버티고 있는 중이다. 모건 스탠리는 이번 주 투자자들에게 보낸 투자지침에서 "현재의 공급과잉 상황에서 원유는 본질적으로 (투자)가치가 없다"고 경고했다. 즉, 당분간 유가는 더 떨어질테니 투자를 피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이다.

우드매킨지사의 오일 애널리스트인 앨런 겔더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알제리, 나이지리아 등 원유생산국들의 경제위기와 정치불안으로 인해 원유공급이 감소하게 되면 유가가 상승할 수도 있지만 그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전문가인 폴 스티븐스 던디대 석좌교수 역시 세계최고 원유저장시설을 갖춘 미국 등 주요국가들이 원유저장량이 거의 꽉차있는 상황이며 일부 국가들은 바다에 저장탱크선을 띄우는 방안까지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급량이 수요량을 넘어서게 되면 유일하게 할 수있는 일은 (원유를)파는 것"뿐이라면서 "이런 움직임이 유가를 불가피하게 더 끌어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