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의 집에 몰래 들어가 술에 제초제를 섞어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60대 여성에게 항소심이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모(61·여)씨에게 징역 2년의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연인관계였던 A씨를 두 차례 흉기로 협박하고 집에 침입해 술병에 제초제를 섞어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며 "손주들을 납치하겠다고 협박하고 화물차에 위치추적기를 몰래 부착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고 비난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제초제를 미리 구입하는 등 범행이 계획적이었고 흉기의 위험성이 커 A씨가 자칫 사망하거나 중한 상해를 입을 수 있었다"며 "2014년 이별을 대가로 1500만원을 받고 각서까지 썼지만 이사까지 한 A씨를 미행해 새로운 집을 알아낸 후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또 "A씨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과 고통을 받았고 이씨에 대한 엄벌을 원하고 있다"며 "엄중한 형사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씨가 당시 우울증 등 정신적으로 불안정했고 연인에게 의존하다가 병적일 정도로 집착하면서 범행에 이르러 다소 참작할 사유가 있다"며 "A씨가 평소 마시던 술에 농약을 탄 후 경찰에 자수했고 범행을 대체로 시인하며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실제 상해를 입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았다"며 "이씨의 딸 등 가족이 선처를 호소하며 정신적 문제를 적극 치유할 계획을 세우고 보살필 것을 다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지난해 1월 A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안방과 베란다에 있던 술병 5개에 약 300㎖의 제초제를 섞어 이를 마시게 해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A씨가 술을 마시던 중 평소와 다른 독한 냄새와 맛을 느끼면서 바로 뱉어내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이씨는 2009년 5월 경기 안산시 소재 콜라텍에서 A(64)씨를 만나 연인관계가 됐고, A씨가 헤어지자고 하자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2010년과 2011년 A씨에게 미리 갖고 있던 흉기로 '헤어질 거면 같이 죽자'며 두 차례 협박한 혐의도 받았다.
또 지난해 1월 A씨에게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손자와 손녀를 납치하겠다'고 말하고, A씨의 화물차에 위치추적기를 몰래 부착한 후 위치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술병에 섞은 제초제의 양이 비록 치사량이 아니라고 해도 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며 "A씨가 커다란 충격을 받는 등 죄책이 무거워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다만 "사리분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다소 모자란 상태에서 A씨에게 지나치게 집착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흉기로 두 차례 협박한 후 A씨에게 사과했고 위치정보 수집도 스스로 자백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