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63) 전 예술감독을 대신해 독일의 거장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센바흐(76)가 서울시립교향악단 2016년 첫 정기 연주회 포디엄에 오른다.
서울시향에 따르면, 정 전 감독이 지휘하기로 했던 9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정기공연의 지휘봉을 에셴바흐가 대신 잡는다. 협연자와 프로그램은 변경 없이 예정대로 진행된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이 협연한다.
앞서 정 전 감독은 지난달 29일 오후 단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정 전 감독이 지휘하기로 예정된 총 9개 정기공연은 지휘자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시향은 "정명훈 전 감독이 사임의사를 밝힌 직후 그를 대체할 지휘자를 찾기 위해 촌각을 다투며 세계 지휘자들을 접촉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적으로 세계 정상급 음악가들의 경우 4~5년 스케줄이 이미 꽉 차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서울시향의 연주력을 유지하는데 정 전 감독의 음악성을 대신할 만한 지휘자를 짧은 시간 안에 찾는 것이 매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도 "지난 10년간 쌓아온 공연기획 네트워크를 활용, 연주력을 최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최적의 지휘자로 정상급 지휘자인 에센바흐를 섭외했다"고 전했다.
또 "에센바흐는 서울시향이 정명훈 예술감독과 함께 10년 간 눈부신 성장을 한 훌륭한 오케스트라라고 익히 들어왔으며, 오는 7월 지휘하기로 예정된 서울시향과의 말러 교향곡 1번 공연도 매우 고대해왔다"며 "서울시향이 겪고 있는 이 어려운 시기에 기존에 확정된 중요한 스케줄을 변경해서라도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말을 전해왔다"고 알렸다.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에센바흐는 지난 50년간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요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최정상 지휘자로 이름을 알렸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활동한 그는 휴스턴 심포니를 11년간 이끌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2010년부터 워싱턴 내셔널 교향악단과 케네디 센터의 음악감독으로 재직하고 있다.
피아니스트와 지휘자로서 녹음한 음반들로 2014년 그래미상, BBC 뮤직매거진 '이달의 선택', 그라모폰의 '편집자의 선택', 독일음반평론가상 등을 받았다.
2015년 독일 클래식 음악상인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을 받았다.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레종 도뇌르'와 '코망되르 레종 도뇌르 훈장', 독일 연방의 공로 십자 훈장인 '장교의 별과 리본이 있는 십자'와 '지휘관의 십자', 그리고 퍼시픽 뮤직 페스티벌의 '레너드 번스타인상' 등도 거머쥐었다.
2007년 파리 오케스트라와 지난해 빈 필하모닉과 내한, 국내 음악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한국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은 이번 서울시향이 처음이다.
공연 예매자 중 환불을 원할 경우, 패키지 상품 구매자와 개별 티켓 구매자는 첫 공연 전날인 8일 오후 5시까지 온라인과 콜센터를 통해 수수료 없이 100% 취소가 가능하다. 또 기존 구매자들의 차액환급도 동시에 진행된다. 이와 함께 기존 정기 공연의 최고 티켓가격인 12만~15만원을 7만~9만원으로 낮췄다.
16, 17일 정기 공연의 대체 지휘자는 이번 주 안에 확정한다. 또 정 전 감독이 지휘하기로 했던 7월 이후 6개 공연은 지휘자가 선정되는대로 상반기 중 안내한다.
한편, 서울시향은 차기 예술감독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선임할 수 있도록 대표이사의 자문기구인 '지휘자 발굴 위원회'를 설치·운영할 예정이다. 지휘자군 운영 방안을 수립할 운영위원을 7명 내외로 구성한다. 운영방침에 대해서는 추후 대표이사가 이사회에 보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