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6년 첫날부터 마라톤식 현장경영을 강행했다.
신년사를 통해 추상적인 경영방침을 제시하기 보다는 무실역행(務實力行)의 자세로 실질적인 경영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새해 첫날 공식 일정을 현장에서 시작함으로써 경영 효율을 보다 높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이 부회장은 4일 오전 경기 용인 기흥사업장, 삼성전자 부품(DS) 부문,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를 둘러봤다. 오후에는 경기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IT 모바일(IM), 삼성SDS에서 업무 보고를 받는다.
5일 오전에는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늘 강조해온 실용주의 노선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불필요한 격식과 관행화된 형식에 얽매이기 보다는 현장에서 경영 현안의 해결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직접 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소통하고 문제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그룹을 책임지는 리더십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실제로 오너가 직접 계열사의 시무식에 침삭헤 사업 계획을 듣는 것은 삼성그룹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매년 초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임직원을 모아놓고 신년 하례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새해 경영화두가 담긴 신년사가 발표됐다.
또 '위기돌파'에 대한 경각심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미국의 금리 인상, 저유가 등의 변수로 올해 경영환경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전선에 빨간 불이 들어왔고 국내 경기도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져 있다.
삼성도 스마트폰 사업 부진 등으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안일하게 대응하면 생존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끊임없이 위기론을 강조하며 전자, 바이오, 금융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박차를 가했다.
이 부회장은 6~9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6'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그 대신 새해 경영전략을 수립하는데 심혈을 기울임으로써 위기 돌파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이 부회장은 별도의 시무식을 열지 않는 대신 2012년부터 주재해온 신임 임원 축하 만찬은 예년과 다름없이 연다. 이 부회장은 18일 올해 승진한 신임 임원 250여명을 초청해 신라호텔에서 격려 만찬회를 연다. 9일 이건희 회장의 생일을 맞아 가족 행사도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