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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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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거목 뽑힌 서울시향 앞날은

정명훈(62)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3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정명훈의 합창, 또 하나의 환희'를 끝으로 서울시향을 떠난다.

동시에 서울시향의 앞날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특히 예술감독 공백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 예술감독은 서울시향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2005년 예술고문으로 영입된 뒤 2006년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아 서울시향을 아시아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끌어올렸다.

서울시향을 출연기관으로 둔 서울시가 일부 부정적인 여론에도 그에게 힘을 실어주며 재계약하려고 한 이유다.

2008년부터 UN 산하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친선대사로 위촉돼 활동해면서 북한 어린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2011년 평양 방문과 2012년 파리에서 북한의 은하수 관현악단과 프랑스의 라디오프랑스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합동 연주를 지휘한 정 감독 덕분에 서울시는 평양 공연을 추진할 수 있었다.

스타 연주자는 많지만, 정명훈급 지휘자 인력 풀은 부족한 한국 클래식계 현황에서 그의 존재감을 대신할 거물은 쉽게 구할 수 없다. 외국인 지휘자 영입도 방안이기는 하나, 이 부분은 논의에서 선임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선택지다.

서울시향은 1945년 창립된 고려교향악단을 모태로 한다. 1948년 서울교향악단, 1950년 해군 정훈음악대를 거쳐 1957년 서울시립교향악단으로 창단했다. 이후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놓고 몇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1992년 헝가리의 세계적인 지휘자 미클로스 에르데이를 상임지휘자로 영입하려 했으나 최종 심의과정에서 부결됐다. 1996년 말 원경수가 상임지휘자를 그만둔 뒤에는 3년 간 공석이 이어지기도 했다. 2003년 곽승 서울시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당시 관행과 기계적인 잣대라는 가치가 부딪힌 근태 문제로 해임됐다. 정 감독이 지휘봉을 들기까지 예술감독 공백이 계속됐다.

정 감독은 재계약과 상관없이 지휘하기로 했던 내년 서울시향 정기공연(9회) 무대에도 오르지 않는다. 서울시향은 대체 지휘자를 찾을 예정이다. 서울시향 이사회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정 감독 사퇴에 따른 대책 등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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