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53) 전 서울시향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정명훈(62)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부인 구모(67)씨가 의혹을 부인했다.
정명훈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 김영문 변호사는 29일 "정명훈 지휘자의 부인은 직원들의 인권침해 피해의 구제를 도왔을 뿐이지 허위사실의 유포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박 전 대표의 사퇴를 불러 온 직원들의 호소문 배포 사건 경찰 수사 과정에서 구씨가 직원들을 종용,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유로 입건됐다. 정 감독 측이 박 전 대표를 음해하기 위해 조작한 사건이라는 일부의 해석도 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므로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며 "성추행 사건 등 서울시향 직원들이 주장한 내용의 사실 여부는 아직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직원들이 박 전 대표를 상대로 성추행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경찰에서 무혐의 송치됐다는 이유로 무혐의로 결론 났다고 했으나, 이는 말 그대로 경찰의 의견일뿐 검찰의 종국 판단은 아직 없었으므로 지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형사사건에서 무혐의라고 하는 것은 죄를 인정하기 위해 필요한 범죄의 증명이 모자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무혐의라고 해도 그 사실이 허위였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할 수는 없는 것(성추행)"이라며 "사실관계는 인정되더라도 법리상 그 죄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업무방해)"고 알렸다.
나아가 "(박 전 대표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는 경찰에서 그 해당 직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영장전담 판사는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에서 허위라고 판단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성추행 사실을 목격한 사람이 없으므로 증인을 조작하려고 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자기 스스로가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걱정하면서 허위의 사실을 주장했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왕 허위의 사실을 주장하려면 쉽게 인정할 수 있든가 아예 증인이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주장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구씨는 직원들을 사주한 것이 아니라 피해 입은 직원들을 도와준 것"이라며 "지휘자의 부인은 박 전 대표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직원들의 사정을 알게되자 심각한 인권문제로 파악해 이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도록 도와준 것"이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구씨가 허위의 사실을 날조해 그것을 직원들을 사주해 배포하게 만들었는지, 실제 피해를 당한 직원들을 도와 준 것인지는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구씨가 입건됐다는 사실은 호소문 배포에 관련돼 있다는 것을 나타낼 뿐이지 결코 호소문 배포 의사가 없는 직원들을 사주했다거나 그 호소문 내용이 허위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봤다.
김 변호사는 피의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고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알렸다. "정명훈 지휘자 측에서는 지휘자의 부인 입건과 직원들 고소사건의 무혐의 의견 송치라는 사실이 지휘자의 부인이 허위 사실을 조작, 직원들로 하여금 유포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관련자들에 대해 피의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는 방안에 대해 고려한다"는 것이다.
"검찰이나 법원에서의 종국 결정이 있기 전에 추측성 보도로 인해 정명훈 예술감독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처해나갈 예정"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 감독은 이날 서울시향 단원과 직원들에게 '서울시향 멤버들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를 보내, 10년간 예술감독으로 있던 서울시향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1년 간 연장 계약한 정 감독은 이달 31일 임기가 끝난다. 3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향의 '정명훈의 합창, 또 하나의 환희'를 끝으로 서울시향을 완전히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