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래 13대 국세청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한달 여만인 2003년 3월 23일 물러 났다. 미리 예견 된 수순이었지만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재임중 소심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원칙'을 중시하면서, '흔들임 없는 국세행정'을 추구했다. 한국토지공사, 한국전력, 농협 등 정부투자기관에 대해 세무조사를 단행하므로써 정치권으로부터 '사심없는 세정집행'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또 이른바 국세청 최고 요직으로 분류되는 국세청장비서관과 본청 총부과장 등 요직에 TK출신을 기용했다. 그는 재임 1년6개월 남짓만에 국세청장 직을 내려놨지만 비교적 짧은 재임기간에 비해 홈택스 개통 등 굵직한 업적이 많다는 평을 들었다.
비교적 온화한 성격 소유자로 알려진 이용섭 제14대 국세청장은 '참여정부'의 탄생 의미를 세정현장에서 가능한한 최대한 많이 구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취임 초기에는 국세청 사람들이 많이 긴장했다. 순수 국세청 혈통이 아닌 데다, 외유내강형으로 알려져 기존의 국세청 조직 주류파들이 '이용섭 구상'을 예의 주시했다. 이는 국세청장 내정 17일만인 2003년 3월20일 실시 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세청을 리모델링 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3월24일 취임식에서 이용섭 국세청장은 '세무조사의 기본틀을 바꾸고, 기업하기 좋은 세정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취임 후 보름만인 4월 8일 이용섭 국세청장은 세정혁신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박원순 시민단체연합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는 참여정부 국정이념이 국세행정에 반영되는 상징으로 인식됐다.
6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은 국세청주요간부와 전국세무서장 등 150명을 청와대로 초청, '부동산투기억제에 국세공무원들 노고가 컷다'고 치하 하고, 국세행정의 '도덕적 신뢰획득'을 당부했다. 그 후 한달여 만에 국세청은 사회지도층의 납세실적을 공개했다. 노 대통령이 국세청을 향해 '도덕적 신뢰획득'을 주문한 것이 배경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해 8월 국세청은 검찰과 함동으로 자료상들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가짜세금계산서 근절에 착수했다. 12월에는 기업에 대한 순환조사는 줄이고 전산조사는 늘린다면서 '세무조사의 과학화'를 선언했다. 또 서울 역삼동에 강남합동청사를 설치하고, 삼성 서초 역삼 세무서와 국세청 콜센터를 입주시켰다.
2004년 2월 이용섭 국세청장은 고용창출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유예를 전격 선언, 경제계와 정부 사회 노동기관으로부터 환영 받았다. 반면 고액체납자 명단공개 대상을 확대해 일부 부도덕 기업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웠다. 또 5월들어서는 국세청 세무조사 대상을 전체기업의 1%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공언 했다. 불경기에 허덕이고 있는 기업들에게 경제활동에 전념하라는 국세청의 공식 메시지였다. 특히 그 해 7월 이용섭 국세청장은 국회업무보고에서 '세수목표달성을 위한 세무조사는 안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세청의 대(對) 기업유화책의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는데, 이에 대해 전경련 등 경제계는 '시의적절한 조치'라면서 국세청을 칭송했다.
그 해 9월 이용섭 국세청장은 전국세무관서장회의 석상에서 세무조사담당직원들의 순환근무제 도입을 천명하는 한편, 이어서 열린 국회국감에서는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세무조사는 안하겠다'고 공언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용섭 청장의 이같은 발언은 정부가 불법정치자금제공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주장과 불법정치자금제공과 관련된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반대 여론이 많았다. 결국 국세청의 '경기부양' 의지만 부각된 채 흐지부지 됐다.
2005년 1월 27일 이용섭 국세청장은 세무조사직원들의 사명감을 강조하면서, 무리한 세무조사와 무리한 세금부과를 3회 이상 반복하면 조사파트에서 제외시킨다는 '부실부과 3진아웃제'를 시행한다고 공표했다. 이는 세무조사와 관련한 경제계의 원성이 청와대와 국세청장실에 직보 된다는 소문이 사실임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일선현장에서는 큰파문이 일었다. 이어 2월 15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초청간담회에서 이용섭 국세청장은 '2005년은 세무조사행정 계도조사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언해 참석 기업인들로 부터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이 간담회가 있은 지 1주일만인 2월 23일 청와대 김원기 인사수석이 이주성 국세청 차장을 국세청장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계속>
서채규 주간 <seo@taxtimes.co.kr>